오랜만에 명동성당을 찾은 그날,

한국 천주교 역사상 236년 만에 미사가 중단되었다.

6·25전쟁 중에도 종교 할동을 멈추지 않았던 곳이다.

개인 기도를 하는 신자들을 위해 성당 문은 열려 있었다.

깊은 어둠이 성당 구석구석에 피어올랐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한 줄기 빛만이 적막을 감싸주고 있다.

어둠 속 곳곳에서 간절한 기도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

검은 마스크를 쓰고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이 경건하다.

카메라를 갖고 있었지만 감히 그 순간을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다.

무거운 침묵 속에 흐르는 성스러운 아우라에 소름이 돋았다.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어요.”

“우리 아이와 젊은이들이 너무 불쌍해요”

기도를 마치고 나서며 자신을 ‘루치아’라고 소개한 자매님의 눈가가 촉촉하다.

먹먹한 마음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그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어.” 혼잣말을 되뇌며 성당을 나서는데

간절한 기도를 비추던 어둠 속 한 줄기 빛이 텅 비었던 내 마음속에서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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