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가 없으면 못 마십니다.” 지금으로써는 전혀 웃길 것이 없지만 작고한 코미디언 서영춘 씨의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배꼽을 잡았다. 이 만담 속에 인천이 뜬금없이 등장하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사이다 공장이 있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런데 사이다 공장이 일본 자본에 의해 세워졌듯이 ‘사이다’란 말도 일본을 통해 묘하게 변형된 말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많은 변화를 겪는다.
‘사이다’는 영어로 ‘cider’라고 쓰는데 서양의 사이다는 사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낮은 도수의 과일주를 뜻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이다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종류의 음료는 ‘소다수’라고 통칭된다. 동서양에서 모두 사이다란 말을 쓰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일본을 통해 엉터리 이름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달걀, 김밥, 사이다의 조합은 지난날 소풍의 필수적인 조합이기도 했다.
탄산음료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콜라와 함께 사이다는 ‘음료수’로서 또 다른 어휘의 세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음료수라면 마실 수 있는 모든 것을 뜻하지만, 우리의 음식점에서는 다른 용법을 보인다. 어른들이나 술꾼들은 음식에 곁들여 술을 시키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음료수’를 주문한다. 이때의 음료수는 물론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사이다나 콜라를 가리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용법으로 본다면 사이다는 고구마의 반대말이다. 팍팍함 때문에 먹을 때면 속이 콱콱 막히는 것이 고구마라면 압력으로 녹여 넣은 이산화탄소가 톡톡 쏘면서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것이 사이다이기 때문이다. 급체 환자가 많았던 우리에게 소화액에 탄산가스를 녹여 넣은 ‘까스 활명수’는 획기적인 소화제였다. 급체 환자는 줄었어도 팍팍한 삶 때문에 속이 꽉 막힌 이들은 더 늘어나는 듯하다. 너도나도 꽉 막힌 속을 뚫어 줄 사이다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