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행태는 대한민국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보건 협력 제안(1일)에 ‘섬멸의 방사포’로 대응했고(2일), 김여정은 청와대를 ‘겁 먹은 개’ ‘완벽한 바보’로 조롱하더니(3일), 돌변해 김정은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보내 ‘우의와 신뢰’운운했다(4일). 이쯤 되면 조롱도 넘어 갖고 논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온갖 욕설에 한마디 유감 표명도 않던 청와대는 5일 곧바로 답신을 보냈다. 그리고 주로 서면 브리핑을 하던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직접 나서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 등의 내용을 소개하며 반색했다. 주인이 혼낼 땐 꼬리 내리고 있다가 쓰다듬어주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를 연상시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와대가 비밀리에 북한과 뭔가 도모하는 정황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김정은 친서의 의례적 내용만 밝혔을 뿐 실질적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또, 김여정의 청와대 조롱에 대해서도 ‘전체 상황 속에서 봐야 한다’ ‘언론과 전문가 평가와 달리 청와대 판단이 있다’고 했다. 막후에 심상찮은 일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당면 현안으로 방역 지원 문제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북한과 보건 분야의 공동 협력을 바란다”고 제안했다. 김정은 친서 내용 중에 문 대통령의 보건 협력 제안을 수용하는 내용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제재로 국제사회 지원은 물론 중국의 지원까지 막히자 한국을 ‘협박하고 으르는’ 식으로 해서 지원을 받아내자는 전술이다.

필요하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를 조롱하는 방식으로 얻어낼 수 있다는 신호를 줘선 안 된다. 문 정부는 코로나 대응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정부가 ‘대구 봉쇄’ ‘대구 코로나’ 등 표현으로 상처를 줬지만, 대구시민은 병상 및 마스크 부족은 물론 경제활동 중단 등 참혹한 상황에도 피눈물을 삼키며 묵묵히 견디고 있다.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 언론들도 대구의 품격을 높이 평가한다. 북한이 투명하게 실상을 공개하고, 최근 행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한 단 한 개의 마스크, 단 한 병의 소독제도 지원해선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문 정부는 대구시민보다 평양시민 안위를 더 챙기는 것으로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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