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꿔버린 글로벌 일상
아시아인 인종차별 부작용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의 일상생활 풍속도가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우려에 따라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장 큰 변화다.

개인 위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개인 간 신체 접촉은 대폭 줄었다.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은 손 씻기와 기침 예절 준수와 함께 감염 우려가 있는 인사법의 자제를 촉구했다. 프랑스 정부는 뺨에 입맞춤을 하는 전통 인사법인 ‘비즈’를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악수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권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보건부는 주민들에게 당분간 악수보다는 서로의 등을 두들겨줄 것을 제안했다. 독일에서는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자신에게 악수를 청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손을 거절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균에 대한 병적인 공포(germophobe)가 있다”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소 생활도 재조명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당초 ‘악수=비위생적·야만적 인사’ 인식을 갖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발을 맞부딪히는 이른바 ‘우한(武漢) 셰이크’와 허공에서 악수 시늉을 하는 ‘에어 셰이크’ 등이 소개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세계 각국에선 학교, 직장, 종교 생활 등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일어났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13개국이 휴교를 실시하면서 약 2억9050만 명의 아동들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15일까지 대학을 포함한 전국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일본에서도 4월 초까지 거의 모든 학교가 휴교한다. 프랑스에서는 120여 개의 학교가 휴교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교정이 닫힌 상태다. 미국 마이애미의 공립 학교들은 학생에게 노트북을 제공해 원격학습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휴교하지 않을 경우 학교에서 수업을 소그룹으로 나누고 책상을 재배치해 학생 간 간격이 최소 90㎝가 되도록 권고했다.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있다. CDC 역시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에 확산하면 고용주가 재택근무와 원격회의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에서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피해 일부 지역에서의 집회를 금지했다. 종교 행사도 중단됐다. 이탈리아 밀라노, 베네치아 지역에서 미사와 모든 행사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란은 전국의 금요 대예배를 잠정 중단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자국민의 성지순례도 일시 금지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비대면 쇼핑도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소비자와 접촉하지 않고 상품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호황을 맞았다. 중국 최대 배달 앱 메이퇀(美團)은 자가격리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비접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문한 장소에 배달원이 음식을 놓고 간 후 주문자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지난달부터 KFC와 피자헛도 중국에서 비대면 배달 서비스를 시행했다. 많은 사람이 마트에 가기를 꺼리면서 요리뿐만 아니라 식료품 배달도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비접촉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호텔업계는 체크인과 체크아웃, 룸서비스 등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점원 없이 무인 계산대로만 운영하는 마트도 증가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음식점은 소비자가 QR코드를 이용해 주문과 결제를 하도록 하고 긴 널빤지를 이용해 포장 음식을 전달해 화제가 됐다.

부작용도 속출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병한 데다 한국, 일본 등 주변국으로 확산세를 보이자 서구권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3일 영국에서는 싱가포르 유학생이 길거리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해 얼굴 뼈에 금이 가고 눈두덩이에 멍이 든 사건이 발생했다.

1일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보러 간 일본 관중 20명은 경기 시작 직후 쫓겨났다.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아시아계 여성이 맨해튼 지하철역에서 욕설과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또 다른 태국계 여성은 로스앤젤레스(LA)의 지하철에서 한 승객이 자신에게 코로나19와 관련해 10분 동안 고함을 질렀다고 밝혔다.

CNN은 “코로나19보다 아시아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더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코로나19는 중국과 동아시아 민족에 대한 충격적인 편견의 흐름을 촉발했다”며 인종차별 심화에 우려를 표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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