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개봉 ‘다크 워터스’

실제 피해자들 단역으로 출연
2000년대 중반 국내서도 논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공감을 통해 감동을 이끌어 낸다. 관객이 직접 경험했거나, 관련된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공감과 감동의 폭이 더욱 커진다. 또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와 맞물리면 위로의 기능이 더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예정대로 11일 개봉하는 ‘다크 워터스’(감독 토드 헤인스)가 그런 영화다. 거대 다국적기업이 자사 이익을 위해 은폐한 특정 물질의 유해성을 끈질기게 밝혀내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대형 로펌에서 화학기업을 담당하는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펄로)은 사무실로 불쑥 찾아온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농장주로부터 소송 의뢰를 받는다. 농장 근처에 듀폰사의 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선 후 소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며 환경파괴의 증거가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내놓는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주로 하는 롭은 의뢰를 거절하지만 농장이 있는 곳이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며 농장주가 할머니 소개로 왔다는 사실을 알고 조사에 나선다. 로펌 대표의 지원 속에 이 사건에 매달리던 롭은 듀폰이 배출한 유해물질이 프라이팬, 콘택트렌즈, 유아 매트 등에 사용되는 ‘테플론’의 원료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그는 듀폰이 이미 실험을 통해 과거 군사무기로 사용되던 PFOA(과불화화합물)라는 물질의 유해성을 알고도 숨겨왔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하지만 롭이 벌인 싸움은 쉽지 않다. 듀폰사는 소송을 질질 끌고, 듀폰으로부터 지원을 받던 마을 사람들은 롭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롭을 믿고 지지해주던 아내 사라(앤 해서웨이)도 지쳐간다. 이런 상황에서도 20년 동안 끈질기게 이 사건에 매달린 롭은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낸다.

영화가 끝나고 ‘이미 전 세계 99% 인류의 체내에서 이 유해물질이 발견되고 있다’는 자막이 올라가며 롭이 받은 충격이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해진다. 영화 속 사건이 자신의 일로 다가오며 공포감이 엄습한다. 2000년대 중반 국내에서도 테플론의 유해성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또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으로 온 힘을 다해 사건에 매달리는 롭의 모습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떠오르며 감동이 배가된다.

이 영화에는 강렬한 쾌감을 전하는 자극적인 요소는 없지만 주인공의 진정성을 따라가다 보면 복합적인 감정이 일며 뜨거운 울림이 전해진다. 환경운동가인 배우 마크 러펄로는 뉴욕타임스에서 롭 빌럿의 기사를 읽고, 영화 제작단계부터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토드 헤인스 감독에게 직접 각본을 보내기도 했다. 롭 빌럿 부부와 테플론 피해자 등 사건과 관련된 실제 인물들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해 실화의 힘을 일깨운다. 롭의 소송은 현재진행형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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