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형훈이 주인공 프로페서V 역을 맡은 ‘마마, 돈 크라이’ 프로필 사진. 유럽 도시를 배경으로 합성함으로써 세계 각지 학회를 돌아다니는 인물 캐릭터를 표현했다. 알앤디웍스 제공
백형훈이 주인공 프로페서V 역을 맡은 ‘마마, 돈 크라이’ 프로필 사진. 유럽 도시를 배경으로 합성함으로써 세계 각지 학회를 돌아다니는 인물 캐릭터를 표현했다. 알앤디웍스 제공

- 데뷔10년 뮤지컬 배우 백형훈

매년 2~5개 작품 쉼없이 출연
개인활동 줄이고 꾸준히 운동

‘최후진술’ 밤늦게까지 연습
막바지 리허설 공연에 몰두

뮤지컬, 수명 짧은 영역이지만
10년후도 왕성하게 무대 설것


백형훈이 주인공 갈릴레이 역으로 막바지 연습 중인 ‘최후진술’의 한 장면.  ⓒSH
백형훈이 주인공 갈릴레이 역으로 막바지 연습 중인 ‘최후진술’의 한 장면. ⓒSH
“당신에겐 ‘바른 생활 사나이’ 이미지가 있는데, 그게 배역 한계를 만들지 않을까.” 뮤지컬 배우 백형훈(33)을 불편하게 할 만한 질문을 짐짓 던졌다. 그는 완곡하면서도 분명하게 응수했다. “그동안 악역도 많이 했는데, 그걸 좋아해 준 분들도 많습니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왔기 때문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는 관객을 웃고 울리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 세계를 구축해왔다. 방송 프로그램 ‘팬텀 싱어’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탁월한 가창력을 겸비하고 있다. 그 덕분에 뮤덕(뮤지컬 덕후)들은 그를 앞으로 한국 뮤지컬을 이끌 배우 중 한 사람으로 꼽는다.

백형훈이 이번 달에 뮤지컬 데뷔 10년을 맞았다. 그는 서울예대 재학 중이던 2010년 ‘화랑’을 통해 등장한 후 매년 2∼5개 작품에 쉼 없이 출연했다.

“무슨 일이든 10년을 하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다고 말을 하는데, 저는 아직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산을 넘었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다 팬들 덕이에요. 제 목소리와 노래, 연기를 좋아해 주시니 그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작은 힘이라도 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 왔습니다.”

그의 팬덤은 ‘조용한 뜨거움’으로 유명하다. 전국 각지에서 뮤지컬, 콘서트를 할 때마다 찾아와 응원한다. “그런 분들을 위해 공연장 아닌 곳에서도 저의 노래를 항상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어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인터뷰가 아닌 SNS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밤 10시까지 연습을 마친 뒤라 무척 피곤할 텐데도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 보내고, 자정 넘어 추가로 묻는 것에도 자세히 답을 했다. 맞춤법이 정확했고 비문도 없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성실의 전형’이라고 하는 이유를 짐작할 만했다.

“무대 서는 일 외에는 딱히 다른 취미 생활이나 활동을 자제하는 편이에요.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아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삶 자체가 무대에 맞춰져 있다고나 할까요. 당연한 노력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미드나잇 : 앤틀러스’에서 자신이 출연하는 회차를 마쳤다.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모든 회차가 매진이었다. “찾아주신 분들께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 회, 한 회 치열하게 연기했지요.”

그가 출연할 예정이었던 ‘마마, 돈 크라이’는 당초 2월 말 개막 예정이었으나 연기했다. “공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아픔을 겪고 있으니 뉴스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하루빨리 사태가 안정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2인극 ‘최후진술’ 막바지 공연에 몰두하고 있다. 13일 개막하는 이 작품에서 그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을 맡았다. 지난해 공연에서도 같은 역을 맡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작년 시즌 내용에서 몇 가지를 바꿨습니다.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상대역을 맡고 있는 최민우 배우가 평소에도 큰 힘이 된다며 고마워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동료 배우뿐만 아니라 상주 스태프에게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그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해 주시기 때문에 작품이 더 빛나거든요.”

그는 지난 10년 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2014년 출연작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쓰릴 미’를 꼽았다. “두 작품 덕분에 관심을 받고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 작품들인데요, 그것들을 계기로 성장해서 다음 작품들을 자신감 있게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다면 그때보다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관객이 연기진을 가까이 지켜보기 때문에 실력이 뻔히 드러나는 중·소 극장 무대에 활발히 서며 크게 인정받았다. ‘팬텀 싱어’ ‘불후의 명곡’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입증한 것처럼 대형 무대에도 능하지만, 대극장 출연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대·중·소 가리지 않고 활동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2017, 2018년은 대극장에만 서기도 했는데, 중·소 극장에 비해 적게 나오는 것으로 느껴졌다니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앞으로 10년 후에도 왕성하게 무대에 설 수 있기를 절실히 바란다. “지금 활동하시는 40대 선배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뮤지컬은 수명이 짧은 영역이거든요. 저도 그분들처럼 후배들의 귀감이 됐으면 해요. 체력과 성대가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오랜 기간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뵈었으면 합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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