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강내유’셨던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가족 모임에 형제자매가 모여 이야기꽃을 피울 때 저는 가슴 한구석이 시린 듯한 허전함을 무엇으로도 메울 수가 없습니다.
유난히 몸이 약하신 아버지께서는 추운 겨울이면 따뜻한 아랫목을 떠나지 못하셨죠. 지금은 보일러만 켜면 방바닥이 따끈해지지만, 30년 전에는 부엌 아궁이에 불을 수시로 지펴야 온기를 느끼는 시대였습니다. 항상 이불을 어깨에 걸치고 계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늦게 귀가하는 자식들이 추울까 아랫목을 따뜻하게 데우고 이불을 덮어주며 차가운 손을 호호 불어주시던 아버지. 조금만 기다렸으면 좋은 환경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실 수 있었을 텐데 못내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자매가 많은 우리를 위해 항상 엄격하게 가정교육을 하셨습니다. ‘호랑이 아빠’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귀가 시간도 엄격하게 관리하셨습니다.
추운 겨울, 걸어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자전거로 등하굣길을 어김없이 지켜주시던 아버지. 첫 손주를 무척 사랑했던 아버지께서는 외풍이 센 시골집에서 손주가 감기 들까 염려해 주위에 이불을 산처럼 돌려 쌓아 바람을 막아주셨죠.
겉으로는 우리를 무섭게 훈육하셨지만 자매가 많다는 이유로 남들에게 홀대받을까 속으로 끔찍이 사랑하셨던 아버지. 자식에게 누가 될까 항상 언행을 조심하며 바른길만 걸으셨던 아버지가 유난히 그립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막내딸인 저를 늦게 결혼시키고 그토록 소원이었던 손주를 보시고선 기쁨도 잠시 유난히 무더운 8월에 홀연히 저희 곁을 떠나가셨습니다.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도 자식들을 생각하며 호주머니에 병원비를 준비하셨던 아버지. 아버지는 그것마저도 자식들에게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습을 닮아가는 저를 발견합니다. 부모의 마음은 자식을 키워봐야 헤아릴 수 있다는 말처럼 이제 자식을 키우면서 항상 엄격하셨던 아버지를 원망하던 철없던 때를 떠올리며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부모님의 철저한 교육과 사랑으로 채워진 60여 년의 시간을 몇 자로 압축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 심정은 감사함, 그리움, 아쉬움, 설렘 이러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부모를 모시려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부모가 돼 이제 자식들이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느낍니다. 아버지에게 다 해 드리지 못한 따뜻한 아랫목을 이제는 살아계신 어머니께 내드리고 아버지를 원망했던 그때의 불효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다져 봅니다.
막내딸 최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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