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등 트럼프 행정부 비판
“불안감 확산 차단에만 급급
초기 대응 못해 화 키웠다”
트럼프 재선가도에 악재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보건당국의 적극 경고 움직임을 막고 낙관론만 강조해 사태를 초기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난맥상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사태 추이에 따라 코로나19가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 악재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보건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 중이던 2월 하순 코로나19 위험과 관련해 솔직한 분석을 내놓고 국민이 대비할 수 있도록 경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명 수준에 그칠 때였지만 보건당국은 사태 심각성을 감안해 보다 직접적 경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길에 오른 2월 25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이 콘퍼런스콜을 통해 “(코로나19로) 일상생활에서 혼란이 극심해질 수 있다”며 휴교 및 재택근무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후 미국증시 주요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고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내리자마자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장관에게 전화해 메소니에 국장 발언을 거론하며 고함을 질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격한 반응은 주변 사람들이 겁에 질릴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가 독감과 같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미국 내 위험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NYT는 “보건 전문가들이 코로나19에 경고음을 내고 적극 조치를 강조했으나 시장 혼란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심과 저항에 부딪혔다”며 “대통령이 침착을 당부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이 덜 준비하게 되고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를 늦추게 했다”고 비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13명의 전·현직 당국자를 취재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된 접근이 위기를 심화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위험을 경고했던 메소니에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에 기자회견 금지 조처까지 검토됐고 이후 발언 수위가 낮아졌다. 확진자가 무더기 발생한 ‘그랜드 프린세스’호 입항을 두고서도 실무진 의견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크루즈선 하선을 막아 미국 내 감염 규모를 늘리지 않는 방안을 선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나는 개인적으로 그들을 (크루즈선에) 머물게 하고 싶다. 배 한 척 때문에 (확진자) 숫자를 두 배로 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7일 관계자 16명을 취재해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를 관리하고 대비할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보도했다.

먼저 사태 초기 미 전역과 해외 36개국에 보낸 진단키트에 결함이 발생해 거의 3주 동안 해결책을 찾기 위해 허송세월했고, 진단 대상을 지나치게 제한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WP는 무엇보다 보건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정직하고 투명한 업무 처리와 코로나19 위협의 심각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관리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느라 고전했다고 꼬집었다.

김남석 기자, 워싱턴=김석 특파원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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