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내부가 조명등만 켜진 채 인적이 끊겨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휴일인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내부가 조명등만 켜진 채 인적이 끊겨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코로나 발생 50일… 영등포전통시장·영천시장 르포

손님보다 상인들이 많아 ‘썰렁’
“지방에서 물건 제때 수급 안돼

농산물 가격만 비싸져 더 심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만 50일을 하루 앞둔 9일,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이 그야말로 황량하게 변해가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의 비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통시장이 ‘내수시장 초토화’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8일 둘러본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과 영등포전통시장은 휴일인데도 인적이 거의 없었다.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고, 사람 소리보다는 TV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상인들은 허공을 응시하거나 바닥을 쳐다보며 한숨만 내쉬기 일쑤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지방에서 올라오는 농산물이 제때 올라오지 못해 값이 뛰고, 그나마 간간이 찾아오는 손님마저 비싸다며 안 사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종식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영천시장에서는 인터뷰조차 쉽지 않았다. 썰렁한 시장 분위기 탓인지 인터뷰를 거절하는 상인이 많았다. ‘할 말이 없다’ ‘얘기하기 싫다’는 이유였다. 팥죽 가게를 운영하는 이미선(여·56) 씨는 “오전에는 거의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 오후에도 정작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이 적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지금은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 그나마 여기는 다른 시장보다 나은 편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채소가게의 40대 남성 주인은 “다들 안된다는 소리밖에 안 한다. 손님은 반 이상 줄었는데 물건값은 더 오르고 있다. 대구·경북 등 지방 산지에서 수확과 운송 작업을 못한 탓 같다. 여기에다 중국산마저 수입이 원활치 못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시세로 봤을 때 터무니없이 너무 비싼 게 많다”고 했다. 고추, 호박, 오이 등은 30~40% 이상 가격이 올랐다고 한다. 그 주인은 “박스당 어제 7만~8만 원 하던 게 오늘은 10만 원 되고 그런다”면서 “명절 때나 형성되는 가격대가 나오고 있다”며 손을 내저었다.

밤 가게를 운영하는 여주인도 “밤값이 한 가마에 7만~8만 원 올랐다. 전에 18만~19만 원 하던 게 30만 원 가까이 한다”며 “50년 여기서 장사를 했는데, 올해가 제일 힘들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60여 년 역사의 영등포전통시장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마늘 등 채소를 파는 50대 여성 상인은 “사람 싹이 안 보인다. 농산물 가격만 다 오르고 난리”라며 “저 옆집은 365일 인근 여의도 식당가로 물건 배달을 하지 않는 날이 없었는데, 이번 코로나19 때문에 그게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식당에 납품하는데, 장사가 안되니 물건을 안 받는 것”이라면서 “매출이 엄청 줄어 굶어 죽게 생겼다. 구청에 가서 밥 달라고 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영등포전통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런저런 지원을 해주겠다고는 하는데, 마스크가 가장 절실하다”고 했다.

글·사진 =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
김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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