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고문

‘월말이면 월급 타서 로프를 사고/ 연말이면 적금 타서 낙타를 사자/ 그래 그렇게 산에 오르고/ 그래 그렇게 사막에 가자/ 가장 멋진 내 친구야 빠뜨리지 마/ 한 다스의 연필과 노트 한 권도/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싱어송라이터 이연실(70)이 작사·작곡해 1981년 발표한 노래로, 요즘도 즐겨듣는 사람이 적지 않은 ‘목로주점’ 가사 일부다. 그는 ‘향토적 애잔함과 도회적 쓸쓸함이 밴 음성’ ‘톡 치면 깨질 듯이 맑은 음색’ ‘동시대를 산 사람 모두가 늘 그리워하는 대표적 포크 가수’ 등으로 표현된다.

원곡은 밥 딜런이 불렀던 ‘소낙비’, 민요를 편곡한 ‘타박네’ 등 세월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그의 노래는 이 밖에도 수두룩하다. 직접 작사·작곡한 것만 해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당신은 모르지 울면서도 웃는 마음을/ 눈을 감으면 내 가슴속에 적셔오는 빗물 소리를’ 하는 ‘바람 부는 날’을 비롯해, ‘민들레’ ‘노랑 민들레’ ‘조용한 여자’ ‘가을 메들리’ 등이 두드러진다. 홍익대 조소과 재학 중에 작사가 전우 권유로 1971년 데뷔하면서 발표한 ‘새색시 시집가네’도 자작곡이다.

미국에서 ‘가곡의 아버지’로 불린 스티븐 포스터(1826∼1864) 작곡인 ‘Massa’s in de cold, cold ground’ 멜로디를 차용한 것으로 알려진 박태준 작곡의 ‘찔레꽃’도 많은 사람의 가슴을 저며온 이연실의 대표곡 중 하나다. 처음엔 윤복진이 가사를 붙인 ‘기러기’로, 이어서 이태선이 가사를 바꾼 ‘가을밤’으로 불려왔으나, 이연실이 이원수의 동시를 개사해 1972년 ‘찔레꽃’으로 재탄생시켰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하는 노래로, 그의 목소리가 너무 청아해서 더 슬프게 들린다. 1990년대 중반 홀연히 가요계에서 사라진 이연실을 더 그리워하게 한 사람이 최근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에서 큰 감동을 주고 있는 성악가 출신 김호중(29)이다. 2013년 또 다른 방송에 출연한 그가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주고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며 이연실의 ‘찔레꽃’을 눈물로 열창한 영상이 새삼 알려져 가슴 뭉클하게 했다. 어디선가 이런 현상을 전해 듣고 이연실이 다시 노래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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