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지난 3일 공포와 함께 시행에 들어갔다.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 본격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코스피 상장사 545곳과 코스닥 상장사 802곳이 이달 중 정기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주총은 코로나19 대책에 관심이 몰리고 있지만, 정말 주목해야 할 점은 기업 환경이 본격적인 ‘관치(官治)’ 시대로 퇴행하느냐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관치 확대 길을 활짝 열어둔 대표적 법규다. 이른바 ‘5% 룰’을 대폭 완화했다. 5% 룰은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5일 이내에 보유목적과 변동사항을 상세 보고·공시하도록 한 규정이다. 단, 취득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닐 때는 보고기한 연장 및 약식보고를 허용한다. 개정 시행령은 △배당 관련 주주활동 △공적 연기금 등이 사전 공개 원칙에 따라 진행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해임청구권 등 회사·임원의 위법행위에 대응하는 상법상 권한 행사 등을 경영권 영향 목적 행위에서 빼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배구조를 변경한다는 것은 이사회나 감사위원회 구조를 바꾸는 것인데, 이를 경영권과 무관하다고 하는 자체가 ‘난센스’다. 자본시장법 제147조에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예시로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이 명시돼 있으니, 상위법과도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당 관련 활동 역시 미국에서는 ‘현재 자본구조나 배당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 정식보고 의무를 부과하며, 일본도 ‘배당에 관한 방침의 중요한 변경’에 대해 특례보고를 인정하지 않는다.
또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경영권 영향 목적이 없는 주주활동을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로 세분했다. 국민연금은 56개사에 대해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꿨다. 일반투자일 때는 임원 보수, 배당 관련 주주제안 등 적극적 유형의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 56개 기업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LG전자, 롯데쇼핑, 포스코, 한화솔루션, 대한항공, 네이버, 카카오 등이 대거 포함돼 있다.
앞서 1월 29일 시행에 들어간 상법 시행령은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6년(계열사 합산 9년)으로 제한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이로 인해 올해 새로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가 566곳, 신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에 달한다. 강제된 물갈이에 기업들은 현 정부와 접점이 있을 법한 인사들을 ‘눈치껏’ 후보로 선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차관 출신 인사를, 삼성SDI는 문재인 정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 출신을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정부가 민간 기업 경영에 개입해 기업 활동을 옥죄는 게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작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 투자자인 국민연금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손해는 의무적으로 연금을 내고 있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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