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울산대 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의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감염병 재난 위기경보 단계가 ‘주의’로 조정됐고,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27일 ‘경계’ 단계를 거쳐, 2월 16일부터 대구와 경북 지역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23일에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이후 확진자 수가 매우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서 입원 병상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중증 환자가 적시에 진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사례가 증가하면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생산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달 24일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코로나19 사태의 정점이 오는 20일이고, 최대 감염자 수가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9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 수(7382명)와 일별 확진자 수 변화 추이로 볼 때 오는 20일 시점에 누적 환자가 이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접촉자 추적과 환자 격리를 효과적으로 하면 새로운 코로나19 집단 발병을 3개월 안에 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학술지에 발표됐다. 이 연구에 사용한 시나리오에 비해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현재의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는 데 아마도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현재 상황을 안정화시키기까지는 최초 확진자 발생에서 현시점까지의 시간(50일)의 2배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대응을 위해 다음 4가지 사항을 재점검할 때다.

첫째, 현재 수행하고 있는 방역 대책의 강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의 인력들이 이미 높은 근무 강도로 인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훈련된 자원봉사 인력 등을 확보해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둘째, 감염 예방과 관리에서 취약 집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요양원·요양병원·정신병원 등에서 집단 발병 가능성이 크므로, 이런 시설에 대한 모니터링과 감염관리 지원이 필요하다. 집단생활을 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셋째,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사전 훈련을 해야 한다. 현재 음압병상이 전국적으로 거의 포화 상태여서 입원 병상 부족 현상이 곧 나타나게 될 것이다. 경증 환자의 격리 및 진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등의 입원 시설과 인력 확보, 환자 중증도에 따른 환자 의뢰 체계 점검 등이 필요하다. 또한,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응급환자 진료에 공백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큰 신종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는 적절한 위기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 신뢰가 부족하면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비해 방역 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높아진 반면, 정부 리더십과 언론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방역의 주체로서 국민 개개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자신과 이웃을 코로나19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가 권고하는 ‘코로나19 행동 수칙’을 준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아울러 심리적 건강을 위해 코로나19 중계방송 시청 횟수 줄이기와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의 백신 7가지’(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 홍보단)의 실천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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