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확진자 45명·사망자 1명 ‘코로나 선방’… 차이잉원 지지율 68.5%로 두달새 11.8%P ‘껑충’

■ ‘코로나 방어 성공’ 평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

① 첫 확진자 출현 다음날 “우한 관광객 출국”
② 3일째 마스크 수출 통제·보름째 구입 제한
③ 마스크 재고 확인 가능한 사이트·앱 개발
④ 위생복지부 장관 중심 당국 정보 일원관리
⑤ 가택 격리조치 위반땐 4000만원대 벌금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지 17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이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과 준비, 자신감이 있습니다.”(1월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만 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튿날,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온 단체 관광객에게 모두 철수할 것을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만 보건당국은 전날 오후 우한에서 온 대만 여성의 코로나19 첫 확진자 판정을 발표했었다. 아시아권의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1월 22일 시점은 중국발 바이러스가 10일 현재처럼 전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비화한다는 전망이 거의 나오지 않을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 총통은 매몰찬 결단을 내렸다. 남들이 이르다고 할 만한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 통제와 전면 교류중단 전략을 단행했다. 차이 총통이 그저 ‘반중(反中)’ 정치인이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대만 역시 세계의 공장, 중국과의 경제 및 민간인 교류가 없으면 어느 나라보다 심대한 타격을 받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그룹에 속한다. 대만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한다. 결국 차이 총통의 결단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심에 놓는 ‘인간안보 차원’의 접근이 우선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코로나19 초기 대응단계에서부터 최고 전문가에게 실질적으로 현장을 총괄하는 권한을 넘겨 진두지휘하게 한 점도 이날 현재까지 대만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적은 이유로 꼽힌다. 차이 총통의 당시 기자회견에는 사스 발병 당시 위생복지부장(장관급)을 맡아 현장을 지휘하던 천젠런(陳建仁) 부총통이 배석했다. 천 부총통은 우한시 봉쇄 전인 1월 중순 중국 측 양해를 얻어 질병통제 부서 간부를 우한에 시찰차 파견했다. 대만에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전부터 천 부총통은 “인간에서 인간으로 감염될 수 있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었다. 중화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확진과 사망에서 비교적 잘 관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마스크 배급제로 수급 안정·증산 약속도 한 달 만에 지켜내 = 코로나19의 거침없는 확산에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마스크 배급제를 비롯한 대만의 일련의 정책들이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차이 총통의 지시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고위험 국가에 대해 과도하리만치 엄격한 대응을 하면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줬다는 평가다. 철저한 준비와 투명한 정보 공개, 실현 가능한 목표 설정 등은 물론이다. 특히 첫 확진자가 발생한 당시에도 대만 민심은 크게 술렁였다. 대만에서 37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의 기억이 덮쳐왔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앞다퉈 마스크를 구매하면서 극심한 품귀 현상이 일었다. 마스크 20개들이 한 상자가 온라인에서 16만 원에 팔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대만 당국이 마스크 수출 통제 조치(1월 24일)를 발동한 것도 이 무렵이다. 차이 총통은 1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420만 개의 마스크를 곧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편의점 등을 통해 마스크를 1인당 3개, 1장당 8대만달러(320원)에 팔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구하기 쉽지 않다는 아우성이 빗발쳤다.

차이 총통은 2월 6일부터 마스크 유통 창구를 약국으로 통일하고 의료보험 카드를 제시해야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에 지시했다. 1명이 여러 장의 마스크를 중복으로 구매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주민등록번호가 홀수인 사람은 월·수·금, 짝수인 사람은 목·금·토에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다. 일요일엔 모든 사람이 살 수 있지만, 이미 한 번 구입한 사람은 1주일간 다시 살 수 없다. 마스크 구입 물량은 어른 1명당 1주일에 2장, 어린이는 4장으로 제한했다. 대만은 마스크 가격도 전면 통제 중이다. 대만 정부는 2월 초 하루 400만 장이었던 마스크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 같은 달 하순 약 640만 장, 3월 들어 거의 1000만 장까지 늘리도록 했다. 집권 여당인 민진당 대변인 천치마이(陳其邁) 의원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기준 마스크 생산량이 하루 960만 장을 돌파했고, 60대의 새 기계가 설치되는 9일부터는 약 1000만 장의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4월에는 30대의 기계가 추가돼 하루 1300만 장의 마스크 생산이 가능하다. 마스크 증가분은 배급량 증가로 이어져 3월부터 1주일에 어른 3장, 어린이 5장씩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약국의 마스크 재고량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개발됐다. 천재 해커 출신인 오드리 탕 대만 IT 담당 장관이 당국이 보유한 실시간 재고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고, 민간 개발업자들이 지도 데이터와 연결해 ‘마스크 지도’를 만들었다. 대만에선 마스크를 찾으러 거리를 헤매거나 따로 줄을 설 필요도 없다. 이 앱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 위치와 보유 수량은 물론 영업시간, 주소, 전화번호 등 세세한 정보까지 게시해 시민들의 혼란을 덜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점진적 증가는 대만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9일 현재 대만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5명으로 그중 1명이 사망했다. 이중 26명은 중국과 일본 크루즈선 등지에서 감염돼 대만으로 귀국한 시민이나 그 가족, 지인들이다. 유일한 사망자는 중국에서 귀국한 대만인을 태우다 감염된 택시기사다. 나머지는 대만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 인구가 약 23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조건의 아시아 국가인 홍콩(115명), 일본(1207명), 한국(7478명)에 비해 방역 성적이 나쁘지 않은 셈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 자가격리 철저 관리 = 대만의 중앙전염병통제센터(CECC)는 주말을 포함해 매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보를 공유한다. CECC는 위생복지부를 중심으로 외교부, 교육부, 경제산업부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다. 출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선 외교부 관계자가, 휴교와 관련해선 교육부 관계자가 대응하는 방식이다. 위생복지부 수장인 천스중(陳時中) 장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해 코로나19와 관련한 당국의 정보를 일원적으로 관리한다. CECC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에 계정을 만들어 기자회견을 생중계하고 발표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자가 격리 대상자들에 대한 감독과 관리도 철저히 진행 중이다.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의도적으로 집을 나가는 격리 대상자는 무거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가택 격리조치를 위반한 남성은 전날 3만3378달러(약 4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검역 명령을 받은 후에도 수차례 거주지를 바꿔 방역 당국을 따돌리고, 관할 경찰서장의 자진 출두 명령에도 도심 거리와 해변을 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해 비준된 법률을 소급 적용해 법상 최대치의 벌금을 선고했다. 자가 격리 대상자는 방역 당국이 제공한 전용 스마트폰을 휴대해야 하며, 보건 당국이 격리 여부를 매일 두 차례 확인한다.

대만은 당초 2월 11일이었던 개학일을 2주 연기해 지난달 25일 학교 문을 다시 열었지만 현장 혼란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교육부는 어린이용 마스크 구매 대란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개학일을 연기하고 그사이 학교용 마스크 600만 장과 체온계, 소독제 재고량을 충분히 확보했다. 학교와 가정에서 지켜야 할 규칙도 정했는데, 학생들은 매일 아침 기상 시 1회, 학교 도착 시 1회, 교실 내에서 1회 등 총 3회 체온을 측정해야 한다. 학생의 체온이 37.5도 이상이면 학교를 쉰다. 휴교 기준은 1명의 확진자 발생 시 해당 학급만 폐쇄, 2명 이상 발생 시 학교 전체를 폐쇄하기로 했다.

대만 국민이 정부 대응을 높이 평가해 차이 총통의 지지율도 급등했다. 대만민의기금회가 지난 2월 24일 발표한 지지율은 68.5%로 1월보다 11.8%포인트 상승했다. 대만 정부는 2월 6일부터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대만 국민이더라도 중국을 방문했다면 14일간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중국 본토에 이어 홍콩과 마카오에서 오는 외국인 입국도 전면 금지했다.


■ 차이잉원 대만 총통 인맥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정계와 학계의 의학 전문가를 기용해 권한을 부여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 덕분에 대만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와 정보기술(IT) 전문가, 행정 전문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임기 : 2016년 5월∼
학력 : 대만대 법학과, 코넬대, 런던정치경제대
이력 : 대만대 정치대 교수, 민진당 국회의원, 대만 행정원 부원장, 민진당 주석


천젠런 (陳建仁) 부총통

대만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를 꼽으라면 단연 천젠런 부총통이다. 차이 총통이 코로나19와 관련한 총통부 기자회견에 매번 대동하는 인물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유행병 및 인류유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사스가 대만을 덮쳤을 당시 위생복지부장을 맡아 사스 유입과 확산을 막는 데 성공해 ‘사스 퇴치의 영웅’으로 불린다. 2015년 차이 총통의 지명에 따라 ‘러닝메이트’인 부총통 후보로 선거에 출마해 이듬해 당선됐다.


오드리 탕 (唐鳳·중국 이름 탕펑) IT 담당 장관

대만의 코로나19 방역의 숨은 주역으로는 오드리 탕 IT 담당 장관이 꼽힌다. 폭증하는 마스크 수요를 확인한 후 ‘마스크 실명제’ 시행을 건의했다. 국민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인스턴트 마스크 앱’을 고안했다. 2016년 10월 최연소 장관으로 임명된 그는 해커 출신, 최저 학력, 트랜스젠더 등의 이색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24세에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다. 정보 독점 문제를 절감하고 정보 공개와 시민 참여 운동을 줄곧 주장해 왔다.


천스중 (陳時中) 대만 위생복지부장(장관)

코로나19 사태로 일약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대만 보건 당국 수장. 중앙전염병통제센터(CECC)의 센터장을 맡아 매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평소 단호한 어법으로 유명하지만, 지난달 4일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출발한 전세기에서 탑승객 247명 중 3명의 의심환자에 대한 브리핑을 하며 연신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기자회견 내내 울음을 참지 못한 그는 결국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대만대 의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치과의사 출신으로, 2017년 2월 8일 위생복지부장으로 임명된 후 최장수 장관으로 재직 중이다.


쑤전창 (蘇貞昌) 행정원장(국무총리)

강한 추진력, 엄격한 규제, 빠른 행동력으로 유명한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격리 대상자에 대한 무거운 처벌을 강조했는데, 실제 가택 격리조치 위반을 한 남성이 약 4000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그는 1월 전국 마스크 공장을 모두 정부가 통제하도록 하는 준전시급 조치를 내렸다. 마스크 생산 기계를 구입해 민간 공장에 보내고 마스크 제조 인력이 부족하면 병력을 지원했다. 대만의 마스크 생산량은 한 달 만에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커원저 (柯文哲) 타이베이 시장

유명 외과 의사 출신 정치인. 2014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된 후 2018년 재선됐다. 대만 정부의 방역 정책에 때때로 이견을 제시하며 각을 세웠다. 특히 확진자의 동선 공개를 두고 의견 충돌이 잦다. 그는 확진자들의 노선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만 보건 당국은 “더 큰 혼란이 우려된다”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커 시장은 “중국이 현 상황에 처한 것은 대중에게 정보를 숨겼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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