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진단키트 40만명분 생산… 실제로는 하루 1만명 ‘검사’

■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Q&A

선별진료소 문진뒤 검체 채취
면봉 깊숙이 넣어 통증 있지만
채취량 적으면 판별 부정확해
10분내 판별 ‘항원진단’ 키트
정확도 높이는데 시간 걸릴듯

日 하루 2000명가량 감염검사
美선 진단키트 부족·결함사례

30개 항바이러스제 테스트 중
에볼라 치료제 효능평가 돌입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생물안전밀폐실험실에서 직원이 분석을 위해 코로나19 검체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생물안전밀폐실험실에서 직원이 분석을 위해 코로나19 검체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진단키트는 감염 여부를 파악해 확산을 막는 바이러스학(virology)의 필수 도구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체를 쫓고 탐지하는 인간의 추적장치인 셈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9일 기준으로 19만6618명을 대상으로 검사가 이뤄졌으며 이 중 738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양성 판정률은 3.75%. 검사가 진행 중인 1만7458명을 제외하면 87.37%인 17만1778명은 음성 판정을 받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단키트 1개당 1만5000원으로 잡으면 인건비를 빼고도 29억 원이 넘는 돈이 검사에 투입됐다. 물론 비용은 일단 정부 부담이다. 역설적이지만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대량 발생은 국내 업체가 개발한 진단키트의 뛰어난 품질과 정확성, 대량생산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진단키트의 판정방식과 원리, 현황 등을 10문10답을 통해 점검해 본다.


1. 코로나 검사 어디서 하나

검체 채취가 가능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전국에 607곳이 있다. 이 가운데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착안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도 50여 곳 포함돼 있다. 차에 탄 채로 커피나 햄버거를 주문해 받아갈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 모델에서 고안한 방식으로, 검사를 받길 원하는 운전자는 사전예약 후 차에 탄 채로 진입하면 된다. 이어 문진표를 작성한 뒤 창문을 내려 신청하고 발열체크를 받는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창문 넘어 의뢰자의 입과 코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검사 소요시간은 10분 내외며 결과 통보는 문자나 전화로 이뤄진다. 정부는 이 같은 진료소를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전국에 50개 이상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서울의 경우 송파구 종합운동장, 서초구 소방학교, 대구 인근의 경우 칠곡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서구 구민운동장, 율하동 박주영축구장 등이 있다. 운전자 한 명만 검사를 받을 수 있고 동승자 없이 가야 한다.


2. 검체 채취 방식은

코로나19 검사는 하기도 검사와 상기도 검사로 나뉜다. 하기도 검사는 가래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멸균용기(가래통)에 타액 등이 포함되지 않도록 기침을 유도해 가래를 채취해야 한다. 상기도 검사는 면봉을 입과 콧속에 넣어 채취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콧구멍을 지나 하비갑개 중하부에서 분비물을 긁어 채취하기도 하고, 혀를 누르고 인두후벽에서 분비물을 긁어서 채취하기도 한다. 검사는 질병관리본부 지정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다.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6시간이며 회신까지는 1일 내외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의료진은 검체 채취 시 N95 동급의 호흡기보호구, 장갑, 가운, 고글 등의 개인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검체를 채취할 때 환자가 불편감과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검체의 양이 적을 경우 양·음성 판별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3. 임신키트처럼 빨리 안 되나

임신키트처럼 검체를 떨어뜨리면 10분 안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원 진단키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원리는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 몸 안에는 병원체나 독소와 같은 이종의 단백질이 침입하면 이에 대항하는 단백질이 형성되는데, 이를 항체라고 한다. 항체를 만드는 체내 유발 물질을 항원이라고 부른다. 항원 진단키트는 의심환자의 검체를 키트에 떨어뜨리면 검체에 있는 코로나19 항원이 키트에 탑재된 항체와 결합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국내외에 항원 진단키트를 개발 중인 의약 회사가 여럿 있으나 정확도를 높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정 바이러스 항원에 가장 잘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려면 적어도 6개월은 걸린다는 게 의학계의 얘기다.


4. 진단키트 원리는

현재 방역당국은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법으로 코로나19를 진단한다. 진단키트는 특정 유전자의 일부를 짧은 시간 동안 다량 복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검체에 시약을 떨어뜨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를 증폭시킨 뒤 분석하는 방식이다. 정확도는 높지만 전문 검사기관에서만 수행할 수 있고 의료 현장에서 검체를 검사기관에 운송해야 해 진단 여부를 판별하기까지 6시간이 걸린다. PCR 검사법 이전에는 유전자를 복제해서 일일이 염기서열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단해 시간이 더 소요됐다.


5. 진단키트 정확도는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정확도는 대체로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는 국내 진단키트의 정확도를 95% 정도로 소개했으며,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국내 진단검사 키트의 정확성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검사의 정확성과 관련해 신뢰도도 매우 높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음성 판정 후에 양성 판정이 나오는 등 진단키트의 오류가 의심되는 사례도 발생해 정확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에서 발생한 75세 남성 확진자는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었다. 하지만 아내가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재차 진행한 2·3차 검사에서 다시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확진자가 됐다. 이 외에도 광주에서 발생한 126번 확진자의 아내와 164번 확진자의 아내도 최초 검사에서는 음성이었지만 재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됐다.

수원에서는 거꾸로 39세 남성이 1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뒤 2∼4차까지 진행된 세 차례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사례도 발생했다. 방대본은 “검사와 관련해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가짜 양성 또는 가짜 음성이 나올 수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6. 국내 진단키트 생산물량, 가격은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업체는 유전자 진단시약 기업 씨젠과 코젠바이오텍, 솔젠트, SD바이오센서 등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4개 업체가 1주일에 생산할 수 있는 진단키트는 모두 1만4000여 개로, 4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분량이다. 여기에다 추가 주문이 들어오면 현재의 3배까지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수준이어서 진단키트 부족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TCM생명과학과 진매트릭스, 바이오니아, 미코바이오메드, 랩지노믹스를 비롯한 제약 바이오 기업이 진단키트 개발을 완료하고 사용승인을 신청하는 등 진단키트 사용 허가를 목전에 둔 업체만도 30여 곳에 이른다. 정부는 이들 업체에 긴급사용승인을 내줘 빠른 진단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긴급사용승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평균 12개월 걸리는 감염병 체외진단 제품 허가를 정식 허가 없이 한시적으로 사용을 승인하는 것을 말한다. 가격은 업계가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개당 1만5000원 선으로 알려져 있으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6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코로나19 진단 과정은 의심환자의 검체에서 유전 정보가 담긴 핵산을 추출하고 이를 증폭해 진단하는 2단계로 나뉜다.


7. 외국의 진단키트 상황은

코로나19의 최초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의 진단키트 기술은 우리나라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 국가에서 우리나라에 기술 수출 또는 전수를 요청할 정도다. 중국은 우선 진단키트 공급을 급하게 늘렸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武漢)에서는 진단키트가 부족해 환자의 시료를 베이징(北京)에 보내 검사하느라 진단에만 최소 3일이 걸렸을 정도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7개 업체에 핵산 방식의 진단키트 생산을 승인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진단키트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스티븐 한 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100만 개 가까운 진단키트가 준비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미네소타의 한 공장에서 “미국 내 코로나19 진단 수요를 맞출 만큼의 충분한 진단키트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또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배포한 진단키트의 시료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도 정부의 검사에 대해 언론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하루 약 3800건의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검사가 이뤄지는 것은 하루 평균 900건”이라고 지적했다.


8. 왜 약국에서 판매 안 되나?

코로나19 양·음성 여부를 판단하는 진단키트는 의료기기법 제2조 1항 1목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에 해당, 체외진단분석기용 시약으로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해당 키트를 약국이나 의약품 도매상에서 판매하려면 약사법 제2조 4항 나목에 따라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품 중 기구·기계 또는 장치가 아닌 것’에 해당해 의약품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행 의료기기법상 임신·배란·당뇨 진단키트만 약국 등에서 판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의료기기 판매업자를 통해 유통·판매되며, 해당 제품을 구매한 병원, 보건소, 요양원 등 의료시설에서 검사를 시행한다. 다만, 의료기기법 제46조의 2에 따라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 위기 발생 위험이 있을 시 긴급사용승인을 시행, 질병관리본부장이 요청한 진단시약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승인해 한시적으로 허가 범위를 넓히거나 미허가 제품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


9. 美·日 등서 확진자 적은 이유는

9일 기준 미국과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각각 554명, 502명으로 한국보다 훨씬 적다. 외신에서는 두 나라의 상대적으로 적은 확진자 숫자가 실제 확진자가 적어서라기보다는 진단검사 자체가 지나치게 적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홍콩 SCMP는 “한국에서 현재까지 14만 명 넘게 코로나19 검사를 완료했다”며 “미국과 일본에 견줘 훨씬 많은 규모”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이 하루 1만 명씩 진단하는 것에 비해 일본은 하루 2000명 정도 검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확산 초기 방역당국이 미 전역 의료기관에 보낸 진단키트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낮은 치사율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일본의 코로나19 치사율은 각각 3.7%, 1.1%를 기록해 한국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SCMP는 “많은 사람을 진단해 산출된 치사율이 보다 높은 정확성을 가진다”며 “한국이 발표한 치사율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정보”라고 강조했다.


10. 코로나 백신 개발 상황은

코로나19에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치료법이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외 제약업계는 신약 개발보다는 기존 약을 바탕으로 새로운 약을 조합해 임상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여 개의 항바이러스제(antiviral drugs)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 테스트 중이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지난 2월 25일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신약후보물질 ‘렘데시비르’에 대한 효능평가에 돌입했다. 렘데시비르는 원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이지만 코로나19와 같은 RNA 바이러스 복제를 방해하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길리어드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임상 3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미 국내에서도 식약처의 허가 아래 서울대병원 등 6곳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처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셀트리온·코미팜 등이 치료제 물질 개발에 착수했다.

정선형·김성훈·이희권 기자
정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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