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가르침대로 시(時)테크를 통해 시간을 저축하면 행복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시간은 속절없이 사라져버렸다.
이석주 화면의 시계는 언제나 기계식 아날로그다. 날마다 태엽을 감고 새로 바늘을 맞추어야 하는 불편이 있기는 하나, 밥을 줄 때마다 지치지 않는 맥박이 정겹다. 그것은 거꾸로 돌면서 과거를 끊임없이 소환해낸다. 천재 카라바지오의 화면을 통해 17세기와 예수의 시간이 오버랩된다.
새로움의 막다른 골목에서 과거를 들추는 인용이나 냉소적 극사실 양식과는 다른 것이 이 지점이다. 에어브러시로 혼신을 다한 영성과 재현, 허공 속에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완만히 하는 페이드 인-아웃, 이 모두는 곧 ‘그리기’의 승리이며, 아울러 ‘느림’의 성취가 아닐까.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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