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시민 “황당무계” 반발하자
당서기 “영웅적 도시” 무마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지도부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역 작업 헌신에 감사하라는 캠페인을 실시하려다 우한(武漢) 시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에 왕중린(王忠林) 우한 당서기는 직접 나서 “우한은 영웅적 도시”라며 무마에 나섰다. 우한시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자 1월 23일 도시 봉쇄 이후 50여 일 만에 생산 재개를 예고하며 봉쇄를 해제할 기류를 보이고 있다.

10일 홍콩 밍바오(明報)와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임명된 왕 서기는 최근 한 회의에서 우한 시민들이 시 주석과 공산당에 감사하고 당의 노선을 잘 따라야 한다는 이른바 ‘감사 교육’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곧바로 우한 시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응 미흡으로 최근까지 2400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낸 우한의 정서를 파악하지 못하고 최고 지도부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우한 시민들은 SNS 등을 통해 “전염병이 여전히 가혹하고 책임자에 대한 징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의 감사 교육 직접 제안은 황당무계할 뿐”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민심에 놀란 우한시는 왕 서기의 담화 내용을 시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밍바오는 “왕 서기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현지 시찰을 통해 민심 무마에 나섰다”고 전했다.

왕 서기는 “우한 시민은 영웅적 시민이며, 대세를 잘 알고 대국(大局)을 고려한다”며 “당 및 정부와 함께 방역 작업에서 강한 의지와 헌신으로 희생정신을 실천했다”고 추켜세웠다.

이런 후폭풍 속에 우한시와 후베이성 내 기업들이 조업을 재개할 조짐이다. 후베이성 당국이 성내 기업 직원들의 출퇴근에 필요한 통행증을 발급하기 시작하는 등 이 지역 기업들의 조업 재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한시는 오는 11일부터 관내 자동차 공장들의 가동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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