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하루 100명대로 줄어들긴 했으나, 인구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 지역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모든 지역이 중요하지만 수도권의 인구밀집도와 국가 기능 집중도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변함없이 유지해야 할 때다. 9일 서울 구로구의 한 보험사 콜센터 직원과 가족 등 50여 명이 한꺼번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의 첫 초대형 집단 감염이다. 직원 207명 중 일부만 대상으로 한 검사여서 더 늘어날 수 있고, 확진자들이 수도권 여러 곳에 거주해 지역 확산 계기가 될 우려도 크다. 하루 수천 명이 내원하는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제생병원, 서울백병원 등의 병원 내 감염도 전문가들이 걱정하던 최악의 상황이다.

이처럼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신규 확진자 수를 더 줄이고 안정 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조만간 변곡점 희망” 운운한 것이나, 전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세계적 표준”이라고 자화자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직 낙관은 금물”이라고 토를 달긴 했지만, 대통령과 총리의 이런 말들은 50여 일간 계속된 ‘코로나 전쟁’의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집단 방심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달 13일 문 대통령이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뒤 대구의 신천지 집단 감염이 터져 나온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국민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말이 앞서면 정부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다. 당국자들 낙관론이 나올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지경이 됐다. 대만과 비교해도 형편없는 대응을 한 것이 드러나는데, 세계 표준이나 모범 같은 말을 쉽게 입에 담을 수 있는지도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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