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원, 올해 1414건 접수
관절염 치료약 주문했다 낭패
일반적인 종합 비타민제 수준
다이어트 보조제 복용한 뒤
심장 두근거리고 불면 증세
성분분석해보니 마약류 검출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영진(41) 씨는 최근 해외직접구매를 통해 관절염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했다. 일단 믿을 수 있는 선진국, 미국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이어서 신뢰가 갔다. 그러나 일주일가량 후 배송받은 건강기능식품은 김 씨가 생각했던 제품이 아니었다. 제품 설명이 온통 영어로 쓰여 있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만 믿고 주문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김 씨가 받아든 제품은 관절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종합 비타민제 수준의 건강기능식품이었다. 김 씨는 그러나 이를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
김 씨는 “일단 오픈마켓을 통해 구매한 것이어서 환불이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업체가 없었다”며 “미국의 판매업체에 직접 연락할 방법도 없고, 설령 연락이 닿는다 해도 영어 소통이 되지 않아 이를 설명할 수가 없어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건강기능식품 관심도 ‘급증’=건강과 면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기능식품은 우리 몸과 직결되는 제품이어서 그 어느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지만, 제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알고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직구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것이 건강기능식품이어서 주의가 더욱 필요한 실정이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1월 이후 현재까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피해 접수가 크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 접수는 모두 1414건으로, 전년 동기(1369건)보다 45건 증가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는 최근 폭증하고 있는 해외직구에서 단일 품목으로 건강기능식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해외직구 규모는 2123만 건, 15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와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이런 성장세를 이끈 것이 건강기능식품이다. 이 기간 미국에서만 수입된 건강기능식품이 373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나 증가했다. 단일 국가, 단일 품목군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해외직구 제품에 “마약 성분까지”=피해 사례도 다양하다. 지난 2018년 주부 이모 씨는 미국 회사가 판매하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해 먹었다. 다이어트 제품을 복용한 지 며칠 후 이 씨는 몸에 이상 증세를 느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도 오지 않았다. 갈증이 심해지기도 했다. 식약처가 조사해 보니 마약류인 암페타민과 비슷한 성분이 들어 있었을 뿐 아니라 향정신성 약품으로 지정된 성분까지 검출됐다. 당시 식약처가 인터넷 해외사이트에서 판매하는 1155개 건강기능식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205개 제품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 이들 성분은 뇌혈관 파열, 심부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하지만 해외직구 특성상 소비자들이 충분히 성분을 인지하고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김 씨의 사례처럼 해외직구를 이용하면 판매자와 의사소통을 하기 힘들다. 최근 신뢰할 만한 구매대행 업체가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제품 구입 후 연락이 두절되는 구매대행업자가 부지기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직구를 통한 건강기능식품 구매의 경우 제품이나 효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거나 판매자에게서 자세한 제품 설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구매자 본인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외직구를 했던 구매자의 정보를 악용해 제품을 밀반입하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이들 밀반입 제품 대부분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이라고 한다. 통관 과정에서 제품이 몰수돼 폐기 대상이 되는 일도 있다. 수입되는 건강기능식품은 식약처에서 면밀하게 살펴보기 때문에 이전까지 문제없이 통관됐던 제품들이 어느 순간 반입 불가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배송이 안 되거나 늦어지는 등의 배송 문제도 적지 않다. 미배송·지연배송은 물론, 분실과 파손도 많이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반품이나 교환·환불, A/S 등이 불편하다는 점도 소비자가 감내해야 한다. 설사 어렵게 반품이나 교환 절차에 들어갔다고 해도 국가마다 보상 및 반환절차에 관한 규정들이 제각각이어서 피해 보상을 받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쇼핑몰 등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해외직구하기 전에 반드시 수입금지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제품인지를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등 적극적인 정보 확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혈압·당뇨병에 특효? 허위·과장 광고 의심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직접구매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데 성분과 안전성 등을 반드시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해외직구로 구입하는 건강기능식품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정상 수입되는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해외직구를 통해 들어오는 건강기능식품은 안전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과장·과대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거나 의약품과 유사한 효능 및 효과가 있다는 광고에 속지 않아야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광고는 허위·과장광고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는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인증마크를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이 인증마크는 원료 구매 과정부터 제품 출하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이 관리기관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건강기능식품은 해외직구로 구매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믿을 만한 기업에서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수입한 제품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상적으로 수입된 제품에는 제조업체와 수입업체 이름과 원재료명, 유통기한 등이 한글로 쓰여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 후 구매할 수 있다.
반면 해외직구를 통해 들어오는 건강기능식품은 이런 과정에서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 식약처에 따르면 해외직구 건강기능식품에는 센노시드(변비 치료제 성분)나 실데나필(발기부전 치료제 성분) 등 식품에는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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