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에서도 리더십이 중요하다. 전문성은 어차피 분과학의 경계에 제한된다.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 감염에 대한 예측, 의료 및 치료, 격리와 통제의 행정 및 집행, 필수 물자의 공급과 유통 및 배분, 국가 경제사회 근간의 유지, 출입국 금지 등은 개별적인 전문성의 영역이다. 통합하는 것이 국가위기관리 리더십이다. 위기관리 리더십의 목표는 시간벌기(완화)와 약자 보호다. 그 수단은, 시민과 시스템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정보 제공(경고)과 권고다. 리더십 실행의 방법은 신뢰다. 전달이나 홍보, 커뮤니케이션, 정치적 네이밍이 아니고 리더에 대한 신뢰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그러한 리더십의 부재 내지는 몰락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의 방역 역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고의 임상 의료 수준, 세계적인 의학과 생명공학, 현대적인 주거 환경에서 비롯되는 상당한 위생 및 보건 수준, IT 인프라에서 비롯된 탁월한 정보 전달 및 교류 체계, 그리고 보편적으로 높은 국민 의식 수준 등이 그렇다. 게다가 이번 사태에서 새삼스럽게 감동을 준 의료진과 일선 공무원들의 헌신도 우리 방역 역량의 큰 기틀이 됐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 역량으로도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었는가? 위기관리 리더십에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단계별로 살펴보자.
첫째, 적절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 무증상감염은 소름 끼치게 무서운 일이다. 당국은 긴장과 집중을 놓지 않았어야 했다. 국민에게 한시라도 빨리 조심할 것을 경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때를 놓쳤다. 대구지하철 1호선의 기관사와 세월호의 선장도 안심하고 자리를 지키라고 했다. 둘째,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 전염병에 대한 초동 대응은 차단하고 격리하는 것이다. 원천으로부터 들어오는 감염자들을 막지 못했다. 셋째, 섣부른 안심을 유도해 국민의 안전의식을 둔화시켰다. 리더십은 국민이 안전한 행동을 하도록 권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안심하라고, 행복하라고 마약이나 부적을 주는 게 아니다.
넷째, 신뢰를 얻지 못했다. 조기 종식이라는 선언은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오늘에도 감히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말이다. 마스크를 둘러싼 당국의 오락가락 행태는 웃기에도 서글프다. 우리 의사들을 중국에 파견 운운도 재난에 대한 책임 있는 당국자의 말이 될 수 없다. 우리도 의사가 부족하다. 다섯째, 끝까지 마지막 국민까지 책임진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리더의 언사는 지속적으로 사태의 종식에 관한 그림을 그린다. 현재 고통받는 국민, 의료진, 관계 공무원,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해 최선의 노력과 봉사를 한다는 메시지와 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전쟁터에 비유하자면 부상한 전우를 둘러업고, 사망한 전우의 시신을 거둬서 가족에게 보내야 한다. 작은 부대의 이름 없는 중대장도 그렇게 한다.
세계적인 모범 사례라고? 실상이 그렇지 않고 시점도 맞지 않는다. 사망은 주로 어렵고 소외된 계층에게 집중됐다. 국가가 보호했어야 하는 이들이다. 음식·숙박업, 여행·운수업,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 경제의 뿌리들이다. 우리 국민이 100여 개 나라로부터 입국 금지 또는 제한받고 있다. 학술과 산업, 여타의 경제·사회·문화에 어떠한 내상을 불러일으킬지 가늠하기 힘들다.
국민의 눈물과 상처를 꼼꼼히 살펴서 위로하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각오를 깊이 새겨야 할 단계다. 구호와 미사여구는 선거 유세장에서나 통할 뿐, 바이러스나 질환에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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