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멀리는 경제 정책의 근원적 실패 등에 따른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당장 비상한 경제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문 대통령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등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회동해 추가경정예산 추진 등 과감하고 신속한 특단의 대책에 합의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정부는 급하게 11조7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다음 주초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한창 심의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가려 한다. 여권은 11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현금 지원을 대폭 늘리고 추경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에서 힘들면 2차 추경도 할 태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없었다. 국회는 예산 증액 권한이 없는데, 홍 부총리 없이 그런 논의를 했다. 대신 참석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정 당국자들의 비루한 모습도 보기 딱하지만, 여당 입맛대로 추경을 마구 늘리고 지출하려는 의도가 뚜렷해 더욱 심각하다.

잘못된 정책의 시정이 없는 현금 지출은 암 환자에게 투여하는 일시적 환각제와 같다. 그런데 청와대와 민주당은 그렇게 하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전국의 중위소득 이하 796만 가구에 60만 원어치씩 상품권을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측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맞장구쳤다. 소요 재원은 4조800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미국은 코로나 피해 업종 기업과 샐러리맨의 세금 감면을, 독일·이탈리아 등은 대규모 공공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일본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가구당 얼마씩 현금 살포를 해선 경기 부양 효과가 없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집권 세력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그런 지출을 더 늘리자는 것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 아니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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