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데이터 활용이 예술
美·유럽선 온라인 예술교육
뉴욕 MOMA 연구·학습 코너
전시·작가 인터뷰 등 동영상
토론·퀴즈·보고서 등 과제로
정교한 모듈 개발·협업 필요
이번 3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대학마다 온라인 강의를 한다. 이미 전 세계가 온라인 교육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은 배움의 열정이 강한 한국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다. 문화예술 분야도 온라인 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AI시대에는 데이터의 활용이 예술이 된다. 미국과 유럽의 미술관이 수백만 장의 작품 이미지를 오픈 소스로 공유하고 있는 만큼, AI와 결합해 개인 맞춤형의 온라인 문화예술 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할 절호의 기회다. 예술가들은 데이터를 예술로 만든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출신의 반성훈 작가는 ‘사회의 형성’(2019)에서 관람객의 동작을 학습한 뒤 실시간으로 관람객의 아바타를 창조해 가상사회를 만들었다. 조만간 그 가상사회에서 문화예술 교육을 받는 가능성도 상상해 본다.
온라인 강의는 AI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코세라는 AI 연구의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앤드루 응 교수가 2012년 모두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이다. 지난해 도쿄포럼에서 마윈(馬雲)은 고등교육에 몰두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역시 AI와 학습은 불가분의 관계다. 한국도 무크를 도입해 대학 중심으로 케이무크(K-MOOC)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과 같은 문화예술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문화기관과 연계된 강좌는 아직 찾기 어렵다.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은 연구와 학습이란 코너가 있다. 전시, 작가 인터뷰, 큐레이터의 작품 설명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코세라의 플랫폼과 연동해 무료 온라인 강좌를 개설해 놨다. 온라인 강좌는 ‘현대미술은 무엇인가’ ‘모던의 예술과 아이디어’ ‘사진으로 보기’ ‘디자인으로서 패션’ ‘전후의 추상미술’ ‘예술과 탐구:교실에서 미술관 교육전략’ ‘예술과 아이디어:주제로 가르치기’ ‘예술과 활동:예술에 참여하는 상호작용 전략’ 등이다. 내용도 다양하고 풍부하다. 하나의 강좌를 한 명의 큐레이터가 진행하기도 하고, 4∼5명이 큐레이터가 팀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각 수업은 20만 명 이상이 수강했다.
또, 현대미술관은 홈페이지에 ‘모던아트란 무엇인가’라는 파워포인트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파워포인트는 작품의 이미지와 작품에서 보고 생각해야 할 질문을 정리한 깔끔한 자료다.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파워포인트는 아주 간단하지만,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릴 때 참고할 만한 방식이다. 한국 미술의 대표적인 작품 이미지와 왜 그 시대에 그 그림을 그리게 됐는지 질문하게 하는 강의 자료를 다국어로 만들어 공유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유파별·시대별·주제별 자료를 다국어로 공유하면 된다.
더 나아가 고등교육을 살펴본다. 미국 대학은 겟스마터(GetSmarter)라는 공동 플랫폼을 사용한다. 석·박사 과정과는 별도로 온라인 수강만으로 자격증을 주는 강의가 많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들의 수업을 검색, 선택할 수 있다.
올해 초 퇴근한 뒤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공공 리더십 자격의 온라인 강좌를 수강했다. 하버드대는 캔버스라는 자체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줌(Zoom)이라는 온라인 회의 플랫폼 두 가지를 병행해 사용한다. ‘정책디자인과 전달’이라는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는데 만족도가 높다. 정책 수립과 전달에 대해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었고, 마지막 과제로 문화예술 정책을 제출했다.
온라인 강좌는 학습 모듈을 분명히 한다. 교수의 1시간 동영상 강의가 계속되는 게 아니라, 교육 모듈이 온라인 수강자를 고려해 동영상 강의·읽기·토론·과제로 효율적으로 구성된다. 수업은 6주간 진행되는데, 성취 목표가 분명했다. 6주간의 로드맵과 시간 배분, 과제가 소개된다. 로드맵은 매주 목표로 하는 내용이 나온다. 시간 배분이라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온라인 수강자가 얼마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를 미리 알려준다. 수강자가 해야 할 체크 리스트를 알려주고 달력에 마감일을 표시해 준다.
동영상 강의는 10분을 넘지 않게 하고, 대담도 활용한다. 최소한, 파워포인트(PPT) 동영상을 보면서 1시간 동안 교수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수업은 없다. 읽기 과제는 전자사본(PDF)과 온라인 링크를 병행한다. 동영상과 읽기는 퀴즈로 내용을 복습하게 한다.
그리고 과제는 토론, 퀴즈, 그룹 토론, 보고서의 4가지로 구성된다. 그룹 토론은 주말에, 시차를 고려해 6명씩으로 팀을 구성하게 돼 있다. 내가 참여한 온라인 그룹은 영국(싱가포르 거주), 모로코(취리히 거주), 필리핀, 라오스, 페루에서 온라인 수업을 신청한 사람들이었다. 1시간은 그룹 토론을 위해 시차를 맞춰서 어김없이 성실하게 참가했다. 줌이란 온라인 회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공동 과제는 순서를 정해 작성하며, 구글 독스로 공유했다. 각자 마지막 발표는 현재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의 정책을 밝히고 토론했는데, 마치 작은 유엔 회의를 온라인으로 하는 분위기였다. 팀이 아닌 사람과 토론은 페이스북과 같이 참가자들이 자기의 의견을 포스팅하면 댓글로 토론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온라인 강좌를 수강생으로서 들어 보니, AI시대에 어떻게 문화예술 온라인 교육 모듈을 구성해야 할지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무크와 문화기관이 협업해 문화예술 교육의 정교한 모듈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개선하는 협업이 바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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