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불확실성 확산에
美·유럽·亞 증시 도미노 폭락
안전자산인 金·국채도 매도세
트럼프 찔끔 경기부양책 실망
ECB, 예측과 달리 금리 동결
1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352.60포인트(9.99%) 급락한 21200.62에 거래를 마치는 등 미국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10% 가까이 추락했다. 지난 9일 7% 넘는 추락세를 기록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충격이 큰 폭락 장세가 재현되면서 미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한발 앞서 마감한 유럽증시의 경우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10% 넘게 폭락하면서 미국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중남미, 아시아 등 다른 글로벌증시 역시 기록적 폭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증시 폭락은 코로나19 급속 확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유럽발 입국금지 발표,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경기부양책 등이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영국, 아일랜드를 제외한 유럽국가에서의 미국 입국을 30일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과 유럽 경제 전반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중소기업 등에 대한 경기부양책도 일부 나왔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경기부양책의 핵심이었던 급여세 감면에 대해 “의회가 강력히 고려하기를 기대한다”고만 언급해 실망을 안겼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놓은 조처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점도 주가 폭락을 가속화했다. ECB는 이날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0%, 예금금리를 -0.5%로 동결한다고 밝혀 금리인하를 기대했던 시장 예측과 어긋났다. ECB는 새로운 장기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양적완화(QE)도 한시적으로 1200억 달러 추가 확대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금·국채 등 안전자산 시장까지 매도세가 무차별 확산했다. 이날 4월 인도분 금 시세는 전날보다 온스당 52달러(3.2%) 하락한 1590.30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025포인트 상승한 0.842%에 장을 마감했다. 금융시장에서 금·국채 등 안전자산까지 팔아치우는 투매 현상이 나타난 것은 코로나19발 글로벌 경기침체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시장 판단 때문이다. 이날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40.02% 폭등한 75.47로 치솟았다.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를 연일 내놓으며 방어에 나섰지만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지난 3일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0.5%포인트 인하한 Fed가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75%포인트 추가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본격 약세장으로 접어든 시장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월스트리트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주식만 투매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보도했고, CNBC는 “불확실성이 이제 패닉으로 옮겨갔다”고 평가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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