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 더닝·크루거 연구팀
학부생 45명 논리사고 시험

저득점자, 자기점수 높게 예상
알츠하이머 환자도 ‘과대평가’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볼 때마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게 된다. “아! 때려야지! 하여간 문전처리 미숙이 문제라니까, 쯧쯧.” 이런 나를 보며 대학생 큰딸이 한마디 하고는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 그렇게 잘하면 아빠가 직접 해 보시든지.” 지기 싫은 필자는 방문을 닫는 딸 뒤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아빠가 감독해도 저것보다는 나아!”

비전문가 혹은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최상위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더닝 크루거’ 효과가 있다. 가끔 비전문가가 TV 토론에서 전문가를 사정없이 몰아붙이고 전문가는 쩔쩔매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의 심리학적 기제로 설명되기도 하는 이 이론은 코넬대 사회심리학과의 데이비드 더닝 교수와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가 1999년 한 논문에서 제시한 것이다. 처음에는 2000년 심리학 분야 이그노벨상을 수상하는 등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2020년 3월 10일 현재 이 논문은 5623회 인용돼 거의 노벨상 수상 논문에 근접할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코넬대 학부생 45명을 상대로 유머, 논리적 추론, 독해력 등 20여 가지의 논리적 사고 시험을 치르게 한 후 자신의 예상 성적 순위를 제출하도록 하는 실험을 수행했는데 각 분야에서 성적이 낮은 학생은 자신의 성적을 실제 자신이 받은 점수보다 높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성적이 높은 학생은 실제보다 자신의 성적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일례로 자신의 유머 감각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최상위 25%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유머 점수보다 자신의 유머 감각이 더 좋지 않다고 평가한 반면, 실제 유머 감각이 4분위에서 제일 떨어지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유머 감각을 실제 점수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입만 열면 좌중에 찬물을 끼얹는 썰렁한 농담을 하는 사람이 자신을 개그맨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근처는 가는 줄 아는 셈이다. 논리적 추론 시험에서 하위 25%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쓴 답안지를 보아도 그것을 평가할 능력이 없어 여전히 자기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이런 현상은 다른 사람이 뭐라든지 잘못된 판단을 고수하는 심리학적 바탕이 된다. 쇠귀에 경 읽는 격인데 그럼에도 진짜 정답을 가르쳐 주면서 교육을 하는 경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 오류가 더 적어지므로 결국 판단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끊임없는 교육, 그리고 성과 및 결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에 의하면 자폐증의 원인에 대해 잘 모르는 집단이 의사나 과학자보다 자신들이 자폐증을 더 많이 알고 있다고 과신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를 통해 자폐증 예방을 위해선 백신을 금지해야 한다는 등의 잘못된 정책을 지지하는 경우가 있기에 공공 보건분야에서도 ‘더닝 크루거 효과’가 중요한 인자로 고려되어야 함을 주장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젠 박사팀을 비롯한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기 자신의 인지적 능력에 대한 평가의 정확성에는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 부위는 논리적 판단이나 의사결정 등 고차적 인지기능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다. 흥미롭게도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환자는 이러한 인지기능 자기 평가과제에서 자신의 인지능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우리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는지, 혹은 얄팍한 지식으로 본의 아닌 가짜 뉴스를 생산하면서 다른 사람의 판단과 안녕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때다.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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