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독자 고민

결혼 5년 차입니다. 결혼 초에 옛 여자 친구를 몇 번 만났다가 아내가 알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별 감정 없이 친구처럼 만난 것이지만 아내가 힘들어해서 깨끗이 정리하고 아내에게 사과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그 뒤로 섭섭한 일이 있으면 꼭 그 이야기를 꺼냅니다. 다시는 그 이야기를 안 꺼내기로 약속했는데도, 5년 동안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말 지긋지긋하고 같이 못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솔루션
A. ‘감정의 존중’ 가장 중요… 아내의 마음 충분히 들어주세요


갈등이 풀리지 않는 커플들은 특징이 있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지고 이기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렇기에 대화는 늘 누구 잘못이 큰지를 따지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갈등을 풀려고 할수록 더 꼬이는 이유입니다. 부부 상담을 하러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화해를 위해 왔으면서도 상대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 사람인지를 이야기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물론 머리로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존중해야 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관계의 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의 존중’입니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상대가 화를 내는 것은 예민한 것이라는 비대칭성이야말로 갈등의 원인입니다. 남편 입장에서는 답답할 것입니다. 왜 자꾸 과거의 일을 끄집어내어 문제를 더 꼬이게 하는지 이해가 안 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상처의 본질입니다.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상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이제 그만 생각해야 한다고 결심해도 자꾸 떠오르는 것이 상처입니다. 아내는 신혼 초의 일로 해소되지 않는 감정 덩어리가 마음 안에 있습니다. 이 감정은 사과를 받는다고 해서 바로 해결되지도 않고 그만 덮어야겠다고 결심한다고 해서 잘 덮어지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화가 올라옵니다.

오직 충분히 표현되고 받아들여질 때 풀립니다. ‘왜 또 그래. 그 이야기는 이제 안 하기로 했잖아’라는 말 대신에 ‘아직도 그 일이 생각나는 걸 보니 참 마음이 상했나 보다. 그때 어땠어?’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물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분이 깨닫습니다. 지고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것이 더 중요한 욕구임을 알게 됩니다. 그때 이기려는 마음이 약해지고 상대의 마음을 묻고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겨납니다. 질문을 주신 분께 묻고 싶습니다. 아내를 이기고 싶나요? 아내가 문제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나요? 아니면 갈등을 풀고 서로 가까워지기를 바라시나요? 만약 후자라면 아내의 마음을 충분히 들어주세요. 잘 들어주는 것! 그것이 전부입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