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세계 150여 개국이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하면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은 썰렁하다. 연합뉴스
코로나 사태로 세계 150여 개국이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하면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은 썰렁하다. 연합뉴스

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팬데믹 결국 위기관리로 귀결
中·韓·日·美 정치적 접근 심각
전문가 존중과 국제공조 절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 4개월 만에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졌다. 미국에서도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이런 사회 분위기는 처음이다. 팬데믹이라는 말 그대로 글로벌 현상인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민의 이해와 협조뿐 아니라 국가 간 긴밀한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남 탓과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각국 정부와 리더들 때문에 환자들과 의료진,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는 시민들의 불쾌감도 커졌다.

중국 정부는 초기 대응에 실패해 팬데믹을 불러온 것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기는커녕 우한(武漢)을 방문했던 미군이 바이러스의 진원지라고 항변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는 사회적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데 대한 반성은 없이 일부 외신 보도를 인용해 한국 모델이 최고라고 자화자찬한다. 긴밀한 협력을 해도 부족한 때에 한·일 양국은 해묵은 감정을 섞어 서로를 비판하며 여론전을 펴고, 미국에선 대통령의 책임 회피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팬데믹은 아직 진행형이라 예단은 금물이다. 성찰적 논의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 경험한 중국과 한국을 살펴보자. 중국은 아예 도시 자체를 봉쇄했고 중앙 정부가 나서서 군사작전 하듯 강압적으로 확산을 저지했다. 인권이나 사생활은 부차적 문제였다. 한국도 중국만큼 극단적이진 않지만 확진자 신상과 동선을 낱낱이 공개하며 접촉자를 추적하고, 마스크 판매까지 통제하고 나섰다.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이런 중앙집권적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회 전체가 공포 분위기에 휩싸이고, 경제는 급랭했다. 의료 시스템에는 과부하가 걸렸고, 다른 중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중국에선 의료진마저 사망했다. 확진자 신상과 동선을 과도하게 공개함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 논란도 불러오고 있다. 방심하다가 과잉 대응을 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급한 불을 끄느라 치른 사회·심리적 비용 때문에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중앙집권적 방식에선 정치 논리가 득세하거나 경직성에 빠질 위험성도 크다. 중국은 처음 바이러스를 발견한 의사를 처벌하고 언론을 통제하면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한국도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묵살하고, 시진핑(習近平) 방한 등 정치적 고민을 하느라 골든 타임을 놓쳤다. 권한이 중앙에 집중되면 지역의 상황 변화에 대한 신속 대응이 어렵다. 중국 상황 악화 원인 중의 하나가 중앙과 지방의 소통 부재였다. 한국에선 모든 부처가 청와대만 바라보는 경향이 심각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워낙 전염성이 강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힘든 싸움이다. 시작은 질병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위기관리의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다. 시진핑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 코로나 사태를 과소평가하다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국민 안전보다 자신들의 권위나 올림픽 개최 또는 선거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고려가 앞섰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언행에 일관성이 없거나 중앙과 지방 또는 정부 부처 간에 엇박자를 내면 국민 불안감은 증폭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전문가 그룹에 대한 존중과 중용이다. 미지의 질병을 상대할 때는 더욱 그렇다. 정치 논리가 아닌 과학적 근거에 따라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 한국처럼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치적 계산이 앞서면 후유증은 엄청날 것이다. 세 번째는 성숙한 시민 정신이다.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고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감염 차단에 필요한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 효과를 발휘한다. 특정 그룹이나 지역, 종교, 인종에 대한 혐오는 금물이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노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긴밀한 국제 공조다. 코로나는 이미 글로벌 현상이 됐음에도 관련 데이터나 치료법·정보 등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자료·자원 공유를 통한 협력이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초기에 경험을 축적한 한국은 이를 공유함으로 국제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예상조차 힘들다. 남 탓을 하거나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겸허한 자세와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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