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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울어진 교육 / 마티아스 도프케·파브리지오 질리보티 지음, 김승진 옮김/ 메디치미디어

서구 선진국 방임형 교육서
엄격한 통제형+설득형 결합
‘집약적 양육’ 방식으로 변화
완벽 스펙 관리로 입시 개입

교육투자 따라 임금격차 커져
미친짓 아닌 합리적 선택 입증
경제 불평등 심화 악순환 불러


중국계 미국인 2세인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학 교수가 ‘타이거 마더’(2011, 민음사)를 출간했을 때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교육 논쟁이 벌어졌다. 추아는 양육에서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것보다 몰아붙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미국 학생들의 성적이 중국이나 한국 등 성취 지향적이고 강압적인 교육 방식을 행하는 동양권 나라의 학생들과 격차가 벌어져 논란이 더 비화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 방식을 예찬한 것도 ‘타이거 맘’과 무관치 않다.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가 처음 언론에 등장한 때가 1991년으로 그 무렵부터 미국에서 부모의 양육 방식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마티아스 도프케와 파브리지오 질리보티는 각각 독일과 이탈리아 출신으로 유럽 여러 나라를 경험했고, 현재는 미국 대학의 경제학 교수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신들이 자라던 1970년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양육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 1970∼1980년대에 느긋하게 내버려두는 부모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가 자신이 부모가 되자 갑자기 ‘헬리콥터 부모’와 ‘타이거 맘’이 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저자들은 과거 자신들을 키운 양육 방식을 ‘허용형’ 혹은 ‘자유방임형’으로, ‘타이거 맘’의 교육 방식은 ‘독재형’ 또는 ‘권위형’이라 부른다.

이 책은 ‘양육의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지난 30여 년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집약적 양육’(intensive parenting)이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구체적인 사례로 입증한다. 집약적 양육은 복종을 요구하고 엄격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독재형과 명령과 통제보다는 설득을 통해 아이의 가치관을 구성하려는 권위형이 결합된 방식이다. 아이의 삶에 매우 강하게 개입하는, 고도로 관여적인 유형의 부모 행동을 말한다.

예컨대 책에 등장하는 미국 부모들은 단순히 아이를 감독하고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벽한 스펙을 만들기 위해 학교생활, 서클 활동, 교우관계까지 관리한다. 대학 입시과정을 기획하고 대학원 입학, 최종 목표인 직업 선택까지 개입한다. “멀쩡한 사람들도 자녀의 교육 문제에서만큼은 맹목적이 되는” ‘스카이캐슬’에 등장하는 한국의 부모는 집약적 양육의 강력하고 정교한 사례다. “그것 봐, 우리가 미친 게 아니었어”라며 안도할지 모르겠다.

경제학자인 저자들은 나라와 시기에 따라 다른 양육 방식에 우열을 매기지 않고, 그 변화를 상대적인 비용과 편익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경제 논리로 보자면, 오늘날 미국 등지에서 증가하는 헬리콥터 부모들은 그다지 미친 짓을 한 게 아니며 합리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 서구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경제적 불평등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미국은 가장 부유한 10%와 가장 가난한 10%의 소득비율이 1974년 9.1에서 2014년 19.9로 두 배가 됐다. 영국은 6.6에서 11.2로, 이탈리아는 7.7(1984년)에서 12.6으로 증가했다. 반면 전통적으로 평등주의를 지향하던 스칸디나비아의 스웨덴은 3.5에서 7.3, 네덜란드는 5.8에서 7.8로 그 비율이나 증가 폭이 작았다.

그런데 소득 불평등의 가파른 증가는 상당 부분 교육에 대한 투자수익과 서로 연관돼 있다. 미국에서 대졸자와 고졸자의 평균임금 비율이 1.5에서 2.0으로 증가했고, 미국과 영국에서 모두 대졸자보다 대학원 졸업자의 임금이 3분의 1이나 높아졌다. 대졸자들 사이에서도 명문대와 비명문대, 전공 분야에 따라 임금 격차가 벌어졌다. 교육 투자수익이 크게 높아지면서 부모들은 집약적 양육으로 아이들의 미래 수익과 안전에 직접 개입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불평등 정도가 낮은 스칸디나비아제국에서는 아직 ‘자유방임형’ 교육이 존중되는 점도 설명된다.

책에는 집약적 양육의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한국이 소개된다. PISA 점수가 매우 상위에 속하는 한국 학생들의 수학 점수는 2012년 554점으로 미국의 481점, OECD 평균인 494점을 크게 웃돈다. 참여 학생들의 설문을 통해 확인해 보면 집약적 양육에 노출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점수가 무려 23점 차이가 났다. 부모의 학력에 따라 7점 정도 차이를 보였지만, 집약적 양육이 학생의 성적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경제적 불평등에 직면해 양육의 투자수익에 반응하는 부모들의 합리적 선택이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512쪽, 2만3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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