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제한 탓 수요 급격히 위축
정유업계 “만들수록 손해본다”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이 이동 제한 조치를 실시한 가운데 전 세계 석유 시장에서 휘발유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 싼 ‘역마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휘발유가 수요 위축 탓에 가격 역전 현상마저 빚자 정유업계도 초비상이 걸렸다.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18일(현지시간) 국제 휘발유 제품 가격은 배럴당 27.44달러로 두바이유(28.26달러)보다 0.82달러 낮았다. 원유를 수입해 복잡한 공정을 거쳐 생산하는 휘발유가 원유보다 싸진 것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과 연동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는 이번 주부터 역마진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1월부터 스프레드(원료와 제품 가격 차이)는 주간 평균 4∼9달러대를 유지해왔다. 3월 둘째 주도 휘발유 가격이 두바이 원유보다 7.5달러 비쌌으나 16일(현지시간) 국제 휘발유 가격이 배럴당 31.27달러로 두바이유보다 0.22달러 밑돌면서 3일째 가격이 역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송비와 생산비용 등을 고려하면 국제 휘발유 가격이 두바이유 가격보다 배럴당 10달러 정도는 높아야 수익이 보장된다”며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 보는 구조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현상은 최근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이어진 탓에 전세계 휘발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국경 봉쇄와 외출 자제, 재택근무 등 이동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 1월 국내 석유 제품 소비량만 봐도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615만 배럴로 전년 동월 대비 16% 줄었다.

업계는 역마진 현상이 단기간에 끝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휘발유 수요의 99%는 개인 이동용인데 일상생활을 마비시킨 코로나19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종식되기 힘든 만큼 당분간 수요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정유업체들의 공급 과잉으로 유발된 지난 2018년 4분기 당시 역마진 현상은 비교적 단기간에 마무리된 바 있다.

업계는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정유공장 가동률을 10∼15% 낮췄다. 정유공장 가동률은 통상 100%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등은 정기보수 시기를 앞당기고 재고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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