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새 잇단 비상조치 내놔
달러화 가치 9거래일간 9%↑
전문가 “근본 해결엔 역부족”
美 대규모 인출‘뱅크런’ 조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패닉’ 상황에 빠지면서 미국이 전 세계적인 ‘달러 사재기’에 맞서 달러 가뭄 해소에 나섰지만,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비상조치들을 동원하고 나섰으나 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고, 신흥국들에서는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위기 징후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20일 한국은행과 Fed 등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과 브라질을 비롯한 9개 국가와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며 달러 공급에 나섰다. Fed는 홈페이지를 통해 “글로벌 달러화 시장의 긴장을 완화하고, 국내외 가계·기업의 신용공급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Fed는 대외적으로 달러 해갈에 나서면서 내부적으로는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QE)를 시행하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최근 일주일 만에 각종 비상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파격 인하하면서 제로(0%)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장기유동성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QE 프로그램을 재가동했다. 금융위기 당시 도입한 재할인 창구도 다시 도입했다. ‘기업어음(CP) 매입기구’(CPFF)를 설치해 현금 확보가 다급한 기업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달러난이 조기에 해소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책효과를 낙관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오후 7시 기준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3.6을 기록했다. 이는 전일 대비 2.06(2.03%) 급등한 것이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9일 이후 9거래일 동안 무려 9% 상승했다. 지난 1992년 이후 가장 빠른 상승세다. 달러난이 심화하면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경제 주체의 부담이 가중된다. 특히 신흥시장에선 자본유출로 추가적인 타격이 빚어지고, 신흥국 위기는 선진국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미 대형 은행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의 윈씬 글로벌 통화전략부문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Fed 조치가 증상을 억제하는 정도이지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현금 인출이 잇따르며 일부 지역에서는 뱅크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뉴욕과 시애틀 등지 부촌에서까지 수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인출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부부가 한 번에 25만 달러(약 3억1500만 원)를 인출하는 사례도 포착됐다. 급기야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나서 “1922년 이후 어떤 예금자도 FDIC가 보증한 돈에서 손해를 본 적이 없다”며 “현금을 은행에 예치해두는 게 안전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참여국과 비(非)참여국 간의 양극화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지 못한 다른 신흥국들의 경우 달러 유출, 시장 불안정이 지속할 전망이다. 투기등급 회사채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125개 투자적격등급(IG) 회사채의 부도 위험 즉, 평균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나타내는 CDX IG지수는 최근 3주 만에 0.78%포인트 급등했다.
박세영 기자, 워싱턴 = 김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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