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검토한 적은 없어” 해명

펀드 부실로 투자자들에게 2조 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의 핵심세력들이 여권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자금을 유치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2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잠적한 라임 4인방 중 전주인 김모(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여권 인사인 A 씨를 거론하며 “투자 성사 대가로 20억 원을 건네줬다”고 평소 주변에 말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실제로 김 전 회장의 투자 제안이 성사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언론은 도피 중인 증권업계 출신 B(42) 씨가 금융업계 C 씨에게 “정치자금 20억 원을 제공했으며 A 씨를 통해 300억 원을 책임지고 끌어오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A 씨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배를 통해 김 전 회장을 소개받아 몇 번 만났고 펀딩을 요구해 담당 부서에 연결해줬을 뿐”이라며 “‘20억 원’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A 씨는 “직원을 통해 김 씨가 말한 투자상품이 우리가 다룰 수 있는 투자상품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후 김 씨를 만났을 때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후에는 아예 말이 안 나온 문제”라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내부심의 절차조차 진행이 안 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른바 금융계의 ‘이종필 사단’이 ‘돌려막기식 투자’를 통해 관여했던 기업의 숫자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도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화일보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라임이 비상장 한계기업들에 자금을 대주는 대신 해당 기업들이 라임에서 보유한 부실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특히 라임 측이 수익률을 단기적으로 크게 높이기 위해 코스닥 좀비기업의 메자닌(채권과 주식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혼합 형태의 금융상품) 등 부실 자산을 대량 매입한 것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라임과 ‘이종필 사단’의 이 같은 범죄 수법이 전형적인 ‘기업 사냥꾼’ 행태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팀은 적어도 10여 개의 회사에서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의 자금 지원과 뒷돈 거래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주요 대주주 등 관련자에 대한 추적에 착수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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