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충격 계속땐‘대출 부실화’
중소기업 등 연체율 급등 우려

가계부채도 금융위기때의 2배
금융부문에‘리스크 전이’위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동시 충격이 닥친 가운데 금융회사들은 높아진 ‘리스크(위험) 관리’와 ‘실물경제 지원’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20일 금융 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 당국이 ‘금융 지원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은 연체율 증가 및 신용 하락으로 인한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민생 금융 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가동을 밝힌 데 이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대출 원금 만기 연장 전 금융권 확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이자 납부 유예 방침 등을 밝혔다.

금융사들은 경제 비상 상황에서 ‘모두가 죽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금융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정부의 방침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모양새지만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난제에 봉착했다. 최근 급격한 기준금리 하락으로 은행들은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큰 폭의 경제 위기가 닥쳐오는 가운데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출 금리를 낮추고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에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라는 정부 지침은 리스크가 금융부문으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은행의 경우 충당금을 계속 쌓고 있고, 당장 연체율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잠시 눌러 놓았던 가계대출의 증가와 부실화 역시 우려스러운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 대출 잔액 규모는 1600조1000억 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723조5000억 원에서 11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이에 고용악화, 소비 충격 등으로 인해 가계 대출과 자영업 분야의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할 우려가 나온다. 기업 부채도 지난해 1500조 원을 돌파해 2008년(686조4000억 원)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특히 그동안 저신용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한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이 뇌관이 될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상황에서 현재는 수익보다는 시스템 리스크를 막는 게 우선이기는 하다”면서도 “다만 취약 차주에 대한 금융 지원을 늘린 상황에서 부실이 터질 경우 제2금융권부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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