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發 경제침체… 美·中 초유의 비상사태

트럼프 “바이러스 없어지면
엄청난 급등” 진화나섰지만
2분기 일자리 350만개 줄어
실업률 두배로 치솟을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세계경제 침체의 늪을 탈출하기 위해 온 나라가 발버둥을 치고 있다. 특히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 역시 초유의 비상사태에 걸맞은 각종 ‘슈퍼’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불행히도 약발은 별로다. 전대미문의 대불황이 온다는 암울한 전망은 여전하다. 실물·금융 모두 바닥으로 치닫는 복합위기 상황을 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미다. 조만간 발표가 예정된 미국과 중국의 각종 1분기 경제 지표는 하나같이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두 나라 모두 실업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굴지의 항공·자동차 회사 공장은 셧다운에 들어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실업률 20%를 전망했다. 위축된 민간 소비는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는 터널로 진입하는 국면이다. 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4월 중순쯤 발표될 올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1976년 문화대혁명 종료 이후 전 분기 대비 사상 첫 역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럴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주식시장과 경제 양 측면 모두에서 크게 억눌린 수요가 있어 바이러스가 없어지면 엄청난 급등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속내를 드러낸 셈이 됐다.

미국의 경제는 코로나19 상황이 본격 반영된 3월 지표가 나오면 악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월 소매판매는 0.5% 감소해 시장 예상(0.1% 증가)에 크게 못 미쳤다. 3월 소비 지표는 더욱 나빠질 게 확실하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한 달 전에 비해 30% 넘게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향후 기업 실적이 악화할 거라는 비관적 전망을 보여준다. 실제 미국 기업 실적 전망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금융데이터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올 1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원자재 분야는 1분기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 분야도 수익률이 -14.2%, 소비재·서비스 분야 수익률은 -10.4%를 나타낼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지표가 보여주듯 미국 기업 실적 악화는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게 확실해 미국 기업들의 생존 위험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미국 정부는 중국과 유럽 여행객 입국을 금지하고 캐나다와의 왕래를 끊었다. 뉴욕주와 뉴저지주 등 여러 지방 정부는 식당, 주점, 영화관 등의 영업을 제한했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 내 소매업계나 에너지, 항공·운수업계의 적지 않은 기업을 위기로 몰고 있다. 기업의 위기는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더욱 높인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1분기 성장률을 0.0%, 2분기 성장률을 -0.5%로 예상했다. 3월 상황이 예상보다 더욱 나빠져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미국은 올 상반기에 경제학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 이미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이코노미스트 미셸 메이어는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져들어 세계 다른 곳과 합류했다”며 “일자리는 상실되고 부(富)는 파괴되며 심리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oA는 2분기엔 총 35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져 실업률이 현재의 두 배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과 손실에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미 많은 부채 탓에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전 세계의 비금융권 기업부채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93%에 이르는 74조4000억 달러(약 9경5633조 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 결과다. 미국도 비금융권 기업 부채가 급증한 상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 비금융권 기업부채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15조9700억 달러로 GDP 대비 75.3%다. 이는 10년 전 10조3700억 달러에 비해 5조6000억 달러나 늘어난 수치다. 미국 기업들은 이처럼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데다 실적 악화 전망으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AA등급 비금융권 기업의 기업어음(CP)금리와 OIS(미국 금융기관 간에 거래되는 초단기금리) 스프레드는 올해 1월 말 4bp(1bp=0.01%포인트)였으나 3월 12일 101bp로 급등하며 2008년 금융위기(140bp)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기업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에 단기 자금 마련을 위해 CP 발행에 나섰지만 신용 위험 부각에 매입하는 곳이 없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자금 마련에 실패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이나 채무불이행에 처하게 된다. 이는 기업의 실물 위기가 금융위기로 확대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17일 의회에 1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제시했으며, 연방준비제도(Fed)는 CP 매입기구(CPFF) 설치와 3개월물 CP 매입 의사를 밝혔다.

정부와 Fed의 지원책으로 미국 기업들은 눈앞의 위기를 넘길지는 모르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실적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 빚만 늘어나는 구조여서 문제 해결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 정부의 잇단 경기 부양책과 Fed의 기준금리 인하 및 양적 완화 정책에도 주가가 추락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또 기업들의 실적 악화 지속은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미쳐 미국 경제를 경기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을 높인다. 경제실적을 재선 최대 무기로 활용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코로나19로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후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에 들어간 뒤 재선에 도전한 미국 대통령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뿐으로 결과는 낙선이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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