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부산행
창궐
창궐
기묘한 가족
기묘한 가족
K-좀비의 계보

한국형 좀비물은 마니아 장르로 시작해 대중성과 오락성을 갖추며 영역을 확장했다. 또한 배경과 특징을 독특하게 펼치며 서양 좀비물과 차별화를 꾀했다.

좀비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이 처음이다. 이 영화에서 좀비는 이야기의 흐름을 잡는 주요 캐릭터는 아니지만 몸을 꺾는 기괴한 모습으로 충격을 전한다.

본격적인 한국형 좀비의 등장은 재난 블록버스터의 이정표를 세운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에서다. 이 영화 속 좀비는 기존 외국 작품에 나온 느리게 움직이는 좀비와는 달리 무리 지어 빠르게 달리며 사람에게 덤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좀비는 공포감을 배가시킨다. 이에 대해 연 감독은 “부산행 KTX라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 액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좀비가 빨라야 했다”고 설명했다. 절절한 드라마와 긴박감 속에서도 여유를 얻을 수 있는 유머, 화끈한 액션 등을 적절히 배합한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곡성’과 ‘부산행’은 나란히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K-좀비’를 세계 영화계에 알리며 호평받았다. 당시 해외 매체는 ‘부산행’에 대해 “세계 영화시장에서 관객에게 통할 장르적 요소를 갖췄다”고 평했다.

김성훈 감독의 ‘창궐’(2018)에는 한복 입은 조선판 좀비인 야귀(夜鬼)가 나온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신장과 치아 상태, 변이되는 과정에서의 피부 변화 등을 세밀하게 표현한 야귀는 한국형 크리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드라마 ‘킹덤’은 ‘창궐’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가 배경이고, 밤에만 활동하는 좀비가 등장하지만 좀비의 탄생과정을 극적으로 펼쳐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이민재 감독의 ‘기묘한 가족’(2019)은 잔혹함을 걷어내고 재기발랄한 코미디를 입힌 좀비물이다. 좀비 마니아인 이 영화 주연배우 정재영은 “과학과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성을 되찾는 이야기를 펼치는 좀비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장르”라며 “코믹 좀비물은 외국에도 거의 없다. 좀비를 풍자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는 세계적으로 새로운 시도”라고 소개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이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사람들이 최후의 사투를 그린 영화 ‘반도’로 K-좀비 계보를 잇는다. 그는 “좀비로 새로운 걸 해볼 여지가 여전히 많다”며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PD로 시작해 영화 ‘역린’ ‘완벽한 타인’ 등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도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드라마화를 준비 중이다. 10대 학생들이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는지를 그린 작품으로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박진감 넘치는 영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올해 JTBC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