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차원 공식 추모행사 없어
26일 기념사업회서 자체 행사
‘뤼순감옥 박물관’ 제한적 개관
‘관동법원구지’ 박물관은 휴관
오는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외에서 추모 행사들이 취소되고, 안 의사가 순국한 ‘뤼순일아감옥구지(旅順日俄監獄舊址)’ 박물관은 이날 제한적으로 개관하지만 다른 유적지는 문이 닫히는 등 안 의사 110주기가 지구적 전염병에 묻히게 됐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哈爾濱) 역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주살하고 일제 관헌에게 넘겨져 중국 뤼순(旅順)형무소에 수감된 뒤 이듬해 2월 14일 일제 관할의 관동법원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돼 거사 5개월 만인 3월 26일 순국했다.
국내의 안 의사 기념단체인 안중근의사숭모회는 코로나19 경보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뒤 안 의사 순국 110주기 추모행사를 취소했다. 숭모회가 관리하는 서울 남산의 안중근의사기념관도 지난달 25일부터 휴관에 들어간 상태다. 또 다른 단체인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도 예정된 추모식을 축소, 당일 기념사업회 임직원만 참석해 서울 용산구 효창원 삼의사묘 앞에서 갖기로 했다.
정부 차원에서 별도 행사는 준비하지 않았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지난 1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예년에도 안 의사 추모행사는 관련 단체에서 해온 만큼, 정부가 따로 준비한 안 의사 110주기 추모 행사는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안중근 의사 유해, 남북한 공동발굴 추진’ 의지를 밝혔고, 보훈처는 지난해에 연내 추진 개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남북 경색으로 공동 발굴은 당장 어려워졌어도, 안 의사 110주기를 맞아 국민적 관심이 가장 높은 유해발굴 일지나 현황 정도는 업데이트해서 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안 의사의 마지막 5개월의 체취와 숨결이 서려 있는 중국 하얼빈과 다롄(大連)의 안 의사 관련 박물관 등 주요 유적지들이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110주기를 앞두고 개관을 연기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 23일 김월배 하얼빈이공대 교수와 다롄 한인회에 따르면, 안 의사가 순국한 뤼순일아감옥구지 박물관은 내부 수선공사를 끝내고 지난 1월 31일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개관이 기약 없이 연기됐었다. 다행히 26일 110주기에 맞춰 문을 연다. 인터넷 예약자에 한해 마스크를 착용한 뒤 입장이 허용된다. 또 안 의사가 재판을 받은 ‘관동법원구지’ 박물관 역시 뤼순구 여유국에서 개관를 결정하지 않고 있어 현재 닫혀 있다. 하얼빈시 ‘안중근 의사 기념관’ 역시 마찬가지다.
소규모라도 추모행사를 준비했던 다롄 한인회는 사실상 추모 장소가 문을 닫음에 따라 26일 오전 10시 현지 한인회 사무실에서 소수 인원이 모여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유대성 다롄 한인회장이 전했다.
안 의사 유해찾기 연구에 전념해온 김 교수는 “중국 지역에서는 안 의사 순국 110주년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며 “지구적 전염병 탓에 추모행사의 축소나 취소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안 의사 110주기를 기리고 유해발굴 상황과 전망을 정리하는 학술 행사나 정부 차원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안 의사 유해발굴 사료 백서’를 만들어 향후 관련 과학기술이 더 발달하면 참고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성과를 기록해 놓아야 한다”며 “이제는 안 의사 후손이 나서서 ‘정보공개청원’ 등 일본 정부에 자료를 요청해 그들이 공개하지 않는 자료를 확보해야 유해 발굴사업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의사의 직계 후손은 현재 미국 교민인 외손자 토니안(안도용) 등 극소수만 남아 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