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집행위원회 후 입장선회
“올림픽 취소는 의제에 없을것”
일본 국민 70%도 “연기 지지”
美·英 등 전세계 환영 메시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마침내 2020 도쿄올림픽 연기 논의를 시작했다.

IOC는 23일 오전(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긴급 집행위원회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IOC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와 일본 당국, 도쿄도와 협력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계적인 보건 상황과 올림픽에 대한 영향 평가를 완료하기 위해 도쿄올림픽을 연기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속이나 한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도쿄올림픽 연기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IOC와 일본이 공개적으로 도쿄올림픽 연기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오는 7월 24일 개막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을 연기·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IOC는 외면, 그동안 뭇매를 얻어맞았다. 미국 육상, 수영연맹이 “선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 도쿄올림픽 연기를 촉구했고 브라질올림픽위원회, 스페인축구협회 등 수많은 경기단체가 올림픽 연기를 주장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23일 “보건장관으로서 올림픽의 중단을 요구할 권리는 없지만 일본에 선수들을 보내겠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오’다”라고 말했다.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IOC가 선수와 각국 정부,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종목별 국제연맹(IF) 대표자 등의 비난 속에 마지못해 연기 시나리오를 추가했다”고 전했다.

올림픽 개최를 우려하는 의료계의 경고도 잇따랐다. 캐나다 오타와의대의 법학 교수이자 전염병 전문가인 아미르 아타란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면 코로나19의 확산이 더 빨라질 수 있다”면서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여자수영 400m 혼계영 은메달리스트이자 존스 홉킨스 보건안전센터 교수 타라 커크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도쿄올림픽을 진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코로나19 백신이 없다면 치료법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치료법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민의 70%가량이 연기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요미우리신문이 20∼22일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077명(답변자 기준)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연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해 ‘연기하는 쪽이 좋다’는 의견이 69%로 가장 많았다. 예정대로 개최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은 17%,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8%에 그쳤다.

뒤늦게 도쿄올림픽 연기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4주 안에 끝내겠다고 IOC가 밝히자 전 세계에서 환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나이절 허들스턴 영국 체육장관은 “IOC가 도쿄올림픽 연기를 심각하게 검토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며 “선수, 팬, 관계자들의 건강과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IOC의 발표를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우리의 우려를 접한 IOC가 최대한 서둘러 입장을 정리한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고자 훈련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폐쇄, 선수들이 훈련 장소를 찾지 못해 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정세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