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 경영진의 편협한 생각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위기를 초래한 만큼 이젠 기존 생각과 다른 전문적인 능력과 추진력을 갖춘 경영인들이 주도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우선은 27일 한진칼 주총에 집중할 계획이며 자신의 진심이 주주, 국민에게 전해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신창섭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 경영진의 편협한 생각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위기를 초래한 만큼 이젠 기존 생각과 다른 전문적인 능력과 추진력을 갖춘 경영인들이 주도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우선은 27일 한진칼 주총에 집중할 계획이며 자신의 진심이 주주, 국민에게 전해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신창섭 기자
조현아 前 대한항공 부사장, 언론사 첫 본보 인터뷰

남동생 공동경영 유훈어겨
‘오너경영’문제점 더 절감

‘3자 연합’구성하게 된 건
전문경영인 공감대 때문

가족간의 불화로 비친 건
동생 둘러싼 임원·측근탓

주총서 좋은 결과 나오면
경영 참여 않고 자문역할 할수도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위기는 오너 가족이 아닌 객관성·도덕성을 지닌 책임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옛 측근·가신(家臣)그룹도 동생(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시야(視野)’를 흐리고 있다.”

조현아(47·사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처럼 포문을 열며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에 대한 견해와 속내를 처음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 20일 문화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한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하는 3자 주주연합 진영이다.

조 전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오너 가족이라고 무조건 (경영을) 승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항공전문가가 그룹, 대한항공 경영을 맡아야 한다는 건 편협한 현 경영진의 사고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부친인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자신을 포함한 세 자녀에게 생전 특정 사업 부문에 대한 경영방침을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하며 조원태 회장이 공동경영의 유훈(遺訓)을 어기고 있다고 상기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할아버지인 조중훈 창업주와 부친과의 추억, 적자 누적 및 부채비율 급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대한항공과 직원 처지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격해지더니 두 차례나 눈물을 떨구기도 했다. 인터뷰는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이 자리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랜드마크타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언론 인터뷰는 처음 아닌가.

“2006년 9월 대한항공 기내식본부 부본부장(상무보) 때 국제기내서비스협회(IFSA) 콘퍼런스로 간담회를 했었다. 그러나 (개별) 언론과 인터뷰한 적은 없다. 전면에 나서고 싶지도 않았고…. 하지만 주총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주주,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임직원분들, 제 가족들에게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게 도리라고 판단돼 생각을 바꾸게 됐다.”

―동생이 부친의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부친이 전혀 예상도 못한 상황에서(2019년 4월 8일) 충격적으로 돌아가셨다. 발인 후, 제를 지내는 와중에 가족 간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그래서 어머니(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에게 말씀드렸다. 49재가 되기 전에(가족 간에) 싸우는 것은 속상한 일이다. 그러지 말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고 우리는 뒤로 물러나면 어떻겠냐. 그렇다고 (우리) 지분을 뺏기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부친 유훈이 ‘같이 지키고 같이 키워나가라’, 즉 화합해서 회사를 경영하라는 뜻이어서 나름 노력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어머니와 3남매가 회사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여러 차례 (비공식) 협의했지만,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 시간만 흘렀다. 그랬는데 지난해 11월 19일 동생이 미국에서 간담회를 하고는 모든 게 합의, 정리된 것처럼 밝혔다. 화가 많이 났다. 누나, 동생 간에 이제 얘기를 하고 있는데 합의가 됐다니…. 공동경영의 유훈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전문경영인제 도입은 그래서 주장한 것인가.

“지난해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생각은 더더욱 아니다. 이미 5년 전(땅콩 회항) 문제로 회사 일을 그만두고 오너 경영에 한계를 느꼈다. 그러다 부친 별세 후 전문경영인체제로 탈바꿈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가족 간 협의 과정에서 (조 회장의) 일방적인 행동을 본 후 오너 경영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굳어졌고 3자 연합을 꾸리게 됐다.”

―한진칼, 한진그룹에서는 3자 연합이 투명경영·주주가치 제고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 정말로 경영에는 복귀하지 않는 것인가.

“(땅콩 회항으로) 국민에게 대한항공과 그룹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끼친 점을 알고 있다. 정말 다시 한 번, 잘못했고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제가 앞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다고(3자 연합 간의) 확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벗어날 방법은 오너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이 나서야 한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직접 추천한 인사가 누군가. 반도건설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후보군이 올라왔을 때 같이 머리를 맞대고 경력, 인품 등을 살펴 고루 맞춰 결정했다. 누가 누구를 낙점한 것은 없다. 반도건설(회장 권홍사)과는 친분을 떠나 과거 부친께 들어 알고 있었다. KCGI를 포함해 전문경영인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주주연합 태동의 배경이다.”

―권 회장이 한진그룹 명예회장 자리를 거론하며 경영 참여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저는 아니라고 본다. 3자 연합이 구성된 것은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의 뜻이 맞아서 그런 것이지, 경영 참여가 목적이 아니다.”

―(추천 이사들이) 항공분야의 전문성, 역량이 없어 위기 상황 돌파가 가능하지 않다고 하는데.

“대한항공이라고 해도 항공전문가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했다. 서로 경쟁하던 이들도 손을 잡지 않나.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와 BMW,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등의 전략적 협업만 봐도 알 수 있다. 항공영역만 안다고 경영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조 회장은 혈육이고 오너 일가다. 그래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나.

“남동생은 똑똑하고 훌륭한 아버지, 좋은 삼촌이다. 하지만 회장이 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10년 이상 항공분야 전문성을 갖췄다는 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게 접근하면 저 역시 그만큼 여러 분야(기내식·호텔·면세 등)에서 일을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밖에서 지켜보니 오너가가 회사를 운영하면 조직, 임직원보다는 개인을 위해 움직이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상황이 본의 아니게 발생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지금 굉장히 심각한 위기상황인데 오너가족이라고 승계해야 한다는 게 맞는 것인가. 이럴 때일수록 객관성, 도덕성, 책임감이 있고 다른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축적한 전문경영인들이 경영하는 게 더 타당하다고 본다.”

―선대 회장 생전에 경영과 관련된 언급이 있었나.

“자식들이라고 꼭 회사를 물려받을 생각을 말라고 강조하곤 하셨다. 현장에서 뛰면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배우면서 각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터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이거는 너희 것이니, 너희가 하라고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한 번도 없다.”

―어쨌든 가족 간의 싸움, 분쟁이 된 것도 사실이다.

“가족 간의 싸움, 불화로 비쳤다면 사실 제 동생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즉 고위 임원들, 측근들, 가신 그룹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경영인체제를 생각하게 된 것도 이들 때문이기도 하다. 다들 한진그룹에서 오래 일했고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분들이지만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고 계속 버티며 남아 누리고 싶어 하는 상황이 이 위기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곳부터 바뀌어야 한진그룹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올드’한 임원들이 문제다. 지금 쥐고 있는 것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 때문에 동생의 시야(視野)가 흐려지게 됐다. 특정해서 누군지 말하기는 곤란하다.”

―에어버스 리베이트건은 불법 의사결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내가 사내등기이사여서 고발당했다.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나 비행기 기획부터 구매 등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누가 관계됐는지, 어떻게 만나서 (리베이트가 오갔는지) 모른다. 사법당국에서 규명해야 할 문제다. 다만 한두 명이 구매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리베이트 문제는 1999년에도 불거졌고 부친과 회사, 직원들이 고초를 겪었다. 굉장히 힘들어했다. 이젠 그런 (불법의) 고리가 끊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재발했다. 직원들이 상조처럼 기금을 모은 대한항공 자가보험의 경우 한진칼 주식으로 교환됐는데 경영 강화 목적이라면 특수관계인 주식 공시의무,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리베이트 문제나 자가보험 건은 결국 기존 경영진, 경영체제가 옳지 않다는 걸 증명한다고 본다.”

―주총이 4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상황을 낙관하는가. 다른 이들과 손잡을 계획은.

“조심스럽지만, 저희 주주연합의 뜻이 제대로 주주들에게 전달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제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소액주주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에 대한 제 생각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결국, 회사 임직원들이나 가족 모두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3자 연대 외에 다른 이들과 손잡을 계획은 현재로써는 없다. 물론, 저희 뜻을 이해하는 이들이 있으면 협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주주로 남는다고 해도 자문역할을 하든지(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들었던 말이 ‘조중훈의 손녀’ ‘조양호의 큰딸’이었다. 대한항공, 한진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당연히 국민 여러분이 사랑해 주셨기 때문임을 정말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이제 정말 회사를 잘 운영할 분에게 맡겨야 하고 그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뜻이라고도 생각한다.”

조 전 부사장은 전문경영인체제가 도입되면 남성직원, 기혼자 중심인 복지 혜택이 비혼여성, 다자녀, 한 부모 가정 등 사각지대로 확대되기를 희망했다. 또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어려움에 처한 대한항공 상황에 대해서는 “임직원들이 힘을 내시길 바라고, 항상 어려움을 이겨냈듯 잘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입학하지 못하고 집에 있는 8세 쌍둥이 아들을 돌보고, 틈날 때 식음료 분야 트렌드를 공부하는 게 요즘 유일한 낙”이라고 했다.

이민종·곽선미 기자 horizon@munhwa.com

관련기사

이민종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