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지난 19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회의였던 만큼 기대도 컸다. 이날 회의 결과가 발표됐지만 금융시장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코스피지수는 8.39%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는 11.71%나 하락했다. 대미 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0원이 오른 1285.7원으로 마감됐다. 20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이 들리자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7.44%가 오른 1566.15에 마감됐다. 비상경제대책회의보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더 효과적인 정책임을 보여준다.

이번 대책은 초기 코로나19 방역 대책과도 흡사하다. 초기에 코로나가 중국에서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 유입은 차단하지 않고 국민의 경제활동만 통제했다. 2월 14일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대책을 예고하고 국민에게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2월 대중(對中) 마스크 수출은 12월에 비해 200배 늘었다고 한다. 이후 2월 20일 첫 사망자가 나왔는데 지금은 코로나19가 언제 잡힐지 알 수 없고, 마스크가 없어 사실상 배급제를 하고 있다.

통화스와프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2017년 10월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연장했으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체결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은 굳건한 안보와 국제통화의 안정적 공급에 기반한다. 한·미·일의 안보 체제는 단순한 국방의 의미를 넘어선다. 이번 금융시장 붕괴 과정에서 중국 및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경중은 명백하게 드러났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가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주는 것도 자명하다.

기본이 빠진 대책이 효과 있을 리 없다. 2월 28일 추경안과 함께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다. 정부는 상품권 뿌리고 국민은 각자도생(各自圖生)하란 대책으로 읽힌다. 정부가 마스크 ‘배급’을 준비하는 동안, 외국인들은 최근 11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 3월에만 9조5000억 원어치를 팔았고, 그 결과는 환율 급등으로 이어졌다. 금융 재난이다. 이런 비상시국에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참으로 한가했다. 은행·증권사·보험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증권시장안정펀드에 관한 내용은 다음 회의로 미뤘다.

문 정부는 ‘정부가 돈을 뿌리면 경제는 저절로 살아나는 것’으로 아는 듯하다. 2019년의 경기침체도 정부가 만들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늘어난 재정 지출로 민간 지출을 구축했고, 세금까지 포함하면 재정효과는 마이너스다.

본예산 적자가 71조5000억 원, 그리고 추경으로 지출할 11조7000억 원 등 국채 발행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도 금융권의 부실 털기에 사용될 듯하다. 정부는 헛돈 쓰고 국채는 금융권에서 자금을 흡수한다. 기업은 돈 가뭄으로 도산하고 돈은 은행권과 국채 사이로 뱅뱅 돈다. 여기에 외환 수급마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에 개입한 정황이 나온다. 외환위기 같은 고비마다 외환보유액을 탕진했던 경험을 잊은 듯하다.

정책에는 선후가 있다. 현 경제전쟁에서 가장 기본은 경제동맹 강화와 금융시장 안정화다. 지금은 코로나19 퇴치에 집중하고 쓰러지는 기업과 상공인이 제자리에서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최우선이다. 기본소득 운운하는 것도 국민이 각자도생하란 말이다. 총선에 눈멀어 정책의 순위를 바꾸면 모든 걸 잃게 된다. 국민이 국가의 삶을 책임지는 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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