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2020 도쿄올림픽의 7월 24일 개막을 알리는 엠블럼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WHO “선수 위험한 일 없을 것” IAAF “내년 세계육상 일정 조정” NBC방송 “어떤 결정이든 따를것”
NHK “바흐 - 아베 일정 조정중” 산케이 “1년 정도 연기될 전망” 최장수 IOC위원 “올 개막 없어”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1년 연기가 굳어지고 있다.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세계육상경기연맹(IAAF),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요구하며 일본과 IOC를 압박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1년 연기로 방향을 잡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4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날 아베 총리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전화회담을 위해 양측이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모리 요시로 일본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과 동석해 전화회담을 할 예정이다. 전날 IOC는 “도쿄올림픽을 연기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고,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치르는 게) 곤란한 상황이라면 운동선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최대 1년 이내 범위에서 연기되는 쪽으로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 고위 관계자는 올림픽 일정을 정하는 권한은 IOC에 있다고 전제한 뒤 “1년 정도 연기된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도 1년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독일,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의 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1년 연기를 요구하며 올해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했다. 스페인, 브라질올림픽위원회 등도 조만간 올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올림픽위원회는 이날 “알폰스 회르만 위원장이 전 세계적 보건 여건과 선수들의 훈련 기회 부족을 이유로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멈추더라도 올림픽 예선 등이 취소, 연기, 중단됐기에 도쿄올림픽 파행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년 미루게 되면 선수들의 고충이 가중되는 건 물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2022 카타르월드컵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와 같은 해에 하계올림픽이 열리게 된다. 각국 NOC의 올해 올림픽 보이콧 선언은 1년 연기 압박으로 풀이된다.
WHO와 IAAF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1년 연기를 강조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이날 “일본 정부와 IOC가 선수와 관중에게 위험할 경우 어떤 경기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매우 빨리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IOC, 국제축구연맹(FIFA)과 함께 3대 스포츠기구로 꼽히는 IAAF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1년 연기를 위해 내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IAAF는 “이미 202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시점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도쿄올림픽의 2021년 개최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내년 세계육상선수권은 8월 7∼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다. 2019 세계육상선수권에는 204개국에서 1972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는 206개국에서 1만903명이 출전했다. 세계육상선수권의 규모가 크기에 세계육상선수권 개최 시기가 겹치는 건 올림픽에겐 악재지만 내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위해 IAAF가 양보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미국 올림픽 주관 방송사 NBC 또한 이날 “전례가 없는 상황이며 IOC와 일본, WHO의 어떠한 결정이라도 지지할 용의가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기 결정을 받아들이겠단 의미다. NBC는 2011년 43억8000만 달러(약 5조4947억 원)에 도쿄올림픽까지 중계권을 확보했고, 2032년 올림픽까지 77억5000만 달러(9조7223억 원)에 계약을 연장했다.
내년 세계육상선수권이 일정을 바꾸고, 올림픽 주관 방송사가 연기를 포함한 그 어떤 결정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 두 개의 가장 큰 난제가 해결됐다.
IOC 내부에서도 1년 연기를 선호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딕 파운드(78) IOC 위원은 이날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올해 7월 24일 시작하지 않는다”면서 “2021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역 중 최장수인 32년 동안 IOC 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IOC 집행위원, 부위원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현재 IOC 내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 세계 육상 선수들의 모임인 세계육상선수협회는 도쿄올림픽의 조속한 연기를 촉구했다. 세계육상선수협회는 이날 전 세계 육상선수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을 요구했다. 4000여 명 중 78%가 ‘도쿄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 87%는 ‘코로나19가 도쿄올림픽 준비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전했다.
여자육상 3000m 장애물에서 세계선수권 금, 은메달을 획득했던 세계육상선수협회 부회장 에마 코번(미국)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사회적인 안녕과 선수의 안전을 추구한다”며 “이번 설문 결과로 우리 육상 선수들이 ‘안전’을 위해 도쿄올림픽 연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