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2∼3월 수출이 예상밖의 선전을 했지만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과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인 악재가 되면서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한국 수출 증가율은 2월 4.5%로 15개월 만에 반등한 데 이어 이달 1∼20일에도 10.0%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직 열흘 정도 남아 있긴 하지만, 전월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한국 수출이 증가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조업일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조업일수를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2월 11.7% 감소했고 3월 1∼20일 0.4% 하락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던 중국으로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하락 폭은 크게 줄었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1%에 달한다. 2월 대중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줄어든 89억 달러에 그쳤다. 특히 일평균 수출은 21.1% 급감했다. 중국 내 부품 또는 모듈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자동차 수출은 16.6%, 디스플레이 수출은 21.8% 하락했다.
가장 먼저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중국이 서서히 정상을 되찾으면서 3월 1∼20일 대중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 늘었다. 중국 다음으로 큰 수출시장인 대미 수출은 2월 9.9%로 9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한 데에 이어 3월 1∼20일에는 27.2% 뛰었다. 업종 측면에서는 지난해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반도체 수출이 개선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반도체 수출은 2월 9.4% 증가했고 3월 1∼20일에는 20.3%로 상승 폭이 더욱더 가팔라졌다. 기저효과 역할도 컸다. 지난해 2월과 3월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11.3%와 8.4% 감소하는 부진한 성적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약 두 달간의 수출 지표를 보고 한국 수출이 완전히 상승세를 탔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코로나19가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시작해 2∼3월 초 한국으로 빠르게 퍼졌다면 3월 중순 들어서는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주요 글로벌 기업의 공장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전자, 철강업계의 해외 공장도 현지 정부 방침에 따라 줄줄이 가동을 멈췄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장이 멈춰 주요 소재·부품의 수입이 어려워지면 국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어렵게 물건을 만든다고 해도 사줄 곳이 없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실제로 수출 체감경기도 7년여 만에 최악으로 움츠러들었다.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에 따르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79.0으로 7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다음 분기 수출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수출여건이 악화한 석유제품(59.7)과 글로벌 공급과잉에 수요 감소 악재까지 겹친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61.2)에 대한 전망이 특히 낮았다.
한국의 1, 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의 경제상황도 우울하다. 주요 경기예측기관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대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올해 연간 성장률을 -3.1%로 예상했다. 반도체는 업황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공장 가동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이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수요 측면에서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코로나19가 확산할 경우 한국은 주요국의 중간재와 자본재 수요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51∼1.02%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