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4월 15일)를 앞두고 70여 년의 선거사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선거·투표·선택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동시대 예술의 형식이 돼왔는지, 이러한 참여 행위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개념미술과 행동주의 퍼포먼스 예술의 계보 속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관장 김태령)은 ‘새일꾼 1948-2020 :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란 타이틀의 전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공동주최로 진행하고 있다. 24일 개막한 전시는 6월 21일까지 계속되며 최초의 근대적 선거였던 1948년 5·10 제헌 국회의원 선거부터 올해 4·15 총선까지 73년 선거의 역사를 통해 한국 근대사회의 근간을 이룬 선거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이를 통해 투표와 같은 참여 행위가 개인의 일상적 삶의 영역에서부터 국가적 운명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화의 갈림길에서 극적인 방식으로 역사를 전개시켜 왔는지 탐색한다.
중앙선거관리위 기록보존소에 소장된 400여 점의 선거 사료와 주요 신문기사 등 선거 73년의 역사를 다층적으로 기록한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동시대 예술가 21팀이 참여해 설치, 퍼포먼스, 문학, 드라마, 게임, 음악 등 다양한 예술적 형식으로 갈등과 경합 그리고 축제의 장을 펼쳐 보인다.
최하늘 작가의 조각상 ‘하늘몽’은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미혼모, 동성애자, 난민, 이주노동자 등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순간을 상상하며 소수자 정치 참여 문제를 다룬다. 상하가 뒤집힌 그림들이 여러 시점으로 뒤섞인 양경렬 작가의 회화는 서로 다른 시각과 인식, 기대와 선택이 교차하는 복잡다단한 사회를 연상시킨다. 유신시대 ‘체육관 선거’가 이뤄졌던 서울 장충체육관과 ‘막걸리 선거’가 펼쳐졌던 유세장을 재현해낸 정윤선의 ‘광화문체육관-부정의 추억’도 눈길을 끈다. 천경우 작가의 ‘리스너스 체어(Listener’s Chair)’는 광화문 광장과 전시실 내부를 연결하며 오늘날 민주주의적 소통의 방식에 대해 질문한다. 관객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계 행사도 열린다. ‘위클리 보트(Weekly Vote)’는 매주 특정 주제를 놓고 관람객 투표를 진행한다. ‘K-팝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군 면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공중파 뉴스보다 유튜브를 신뢰한다’ ‘광장에서의 시위나 집회는 무조건 허용돼야 한다’ 등을 놓고 투표가 실시된다. 관람료는 무료.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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