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자 고민
40대 중반의 전문직 여성입니다. 20년 가깝게 혼자 살고 있지만 일에 빠져 살아서인지 별로 외롭다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지독하게 외롭습니다. 며칠 전에는 주말 낮에 누워 있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질 만큼 외로워서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사람들은 연애하거나 반려동물을 키워 보라고 하는데 둘 다 내키지 않습니다. 억지로라도 해볼까요. 아니면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 솔루션

먼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왜 지난해 말부터 부쩍 외로움이 커졌을까요? 수입이 줄었거나, 몸이 아프거나, 일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멀리 이사를 했거나, 직원들과 갈등이 생겼거나, 가까운 사람과 이별을 경험하는 등 더 외로움을 느낄 만한 일은 없었나요? 곰곰이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무엇 때문에 더 외로워졌는지를 알게 되면 좀 더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마치 갈증과 같습니다. 우리는 갈증을 느끼기에 물을 마십니다. 외로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기에 사람을 만나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그런데 모든 외로움을 관계를 통해서 다 해소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외로움의 몫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외로움을 견뎌내는 능력’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좋은 방법을 물어보셨는데요. 2018년 영국의 BBC는 5만5000명을 대상으로 외로움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외로움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묻는 항목도 있었습니다. 1위가 무엇이었을까요? 여가활동이었습니다.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배움의 기쁨이 있는 능동적인 여가활동을 꼽았습니다. 특히, 외로움 등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때는 몸의 감각을 깨우는 활동이 좋습니다. 요리, 춤, 악기연주, 합창, 운동, 각종 공예 등이 대표적입니다. 몸의 리듬, 후각, 촉각, 청각 등 신체감각을 깨우는 활동들은 요동치는 감정을 순화시켜 줍니다.
그럼, 위 조사에서 외로움에 가장 도움이 안 되는 활동은 무엇이었을까요? 사람들은 소개팅을 꼽았습니다. 외로울 때 가장 주의할 점은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는 것입니다. 허기가 심할 때 허겁지겁 먹는 것처럼 외로움이 클 때는 어떤 사람인지 잘 살펴보지도 않은 채 빠져들기 쉽습니다. 우선 능동적 여가활동부터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능동적 여가활동은 스스로 기쁨을 만들어내면서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연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홀로 기쁨을 만들어내는 힘! 그 힘이 없으면 누구를 만나도 외롭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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