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에 격침됐다 인양된 해군 2함대 소속 초계함 ‘천안함’의 함미가 지난 2010년 4월 16일 바지선으로 이동되고 있다. 뉴시스
백령도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에 격침됐다 인양된 해군 2함대 소속 초계함 ‘천안함’의 함미가 지난 2010년 4월 16일 바지선으로 이동되고 있다. 뉴시스
설문조사로 본 지원실태

“신청 하지 않았다” 이유로
유공자 등록 8년넘게 방치


천안함 폭침 생존자 중 전역한 예비역 33명 가운데 국가유공자 ‘전상(전투 중 부상)’ 처리를 받은 사람은 10명 중 3명꼴인 27%로 국가의 의료적 지원이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를 여의고 군 생활을 했던 고 문영욱 중사의 경우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 8년 넘게 미등록 상태여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 측이 예비역 33명 중 17명을 상대로 지난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다”고 답한 예비역은 17명 전원에 달했다. 또 “2곳 이상을 다쳤다”고 답한 비율은 18%에 달했다. 하지만 전상 처리를 받은 사람은 9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들 중 2명을 제외한 15명은 국가 유공자 신청을 1회 이상 했으나 이 중 12명이 ‘등급 미달’을 이유로 국가유공자에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천안함 폭침 생존자는 총 58명으로, 현재도 군인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현역은 25명, 전역한 예비역은 33명이다. 예비역 생존자들에 대한 정부의 취업·의료 지원 여부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단 1명만이 “취업·의료 지원금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17명 중 14명, 12명은 각각 취업·의료지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현재 가장 필요한 지원이 뭐냐”라는 질문에 취업지원(6명), 의료지원(4명), 보훈급여(4명), 유공자 등록(3명)순으로 답했다.

고 문 중사의 경우 대리 신청해줄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8년간 유공자로 등록되지 않고 방치됐다. 그는 지난 2018년 7월에야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신모 전 하사의 경우 지난해 10월 전후 트라우마 등으로 수술대에 올랐지만, 수술비 4000만 원 중 국방부가 지급한 금액은 500만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우회 측은 “(신 전 하사에 대해) 수도통합병원에서 ‘수술 후 의병 전역’이 아니라 그냥 의병 전역을 시키라는 위로부터의 압박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준영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 회장의 경우 작년 5월 유공자(전상7급)로 인정받았는데, 이는 폭침 발생 9년 만의 일이다.

전우회 측은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국가유공자 신청 및 입증이 (국가가 입증하는 방식이 아닌) 개인 입증 방식인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와 보훈처 간의 통합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아 필요 서류를 개인이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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