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 이어진 창작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러시아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다. 세계 명작을 주로 출간한 출판사 열린책들 판으로 1400여 쪽에 달한다. 창작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사진)는 이 소설을 100여 분의 드라마로 압축해 각색했다.

소설은 탐욕스러운 아버지 표도르가 죽기 전 첫째 아들 드미트리와 갈등하는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지만 뮤지컬은 아버지의 사망 순간부터 시작한다. 유산 문제로 다투던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공언하고 다닌 드미트리는 유력한 용의자로 수감된다.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이던 차남 이반, 견습 수도생인 삼남 알료샤뿐만 아니라 표도르가 백치 여자에게서 낳게 한 자식이면서도 하인으로 차별받은 스메르쟈코프까지 의심을 받는다.

원작을 집약했으나 신과 종교의 본질, 인간의 본성을 넓고 깊게 통찰하고 있다. 극 중 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통해 인간 내면의 욕망과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8년 초연 당시 새롭고 강렬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중독성 있는 넘버(노래)는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오세혁 연출은 재연 무대와 관련, “초연에서는 서로의 생각과 말이 전염돼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재연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말과 생각을 지켜내려고 끊임없이 투쟁하며 진짜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재연 무대 역시 큰 인기다. 대학로에서 가장 시끄러운 작품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이는 극 중 배우들의 대사 분량이 워낙 많은 것에 대한 애정 어린 표현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연 자체가 줄어든 대학로에서 관객이 큰 호응을 보내는 뮤지컬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피아니스트가 무대 중앙 뒤편에 자리해 줄곧 연주하고 공연에 참여하며 관객과 소통한다. 음악도 연기의 일부라는 이진욱 음악 감독의 생각이 반영된 형식이다.

무대 한가운데에 마련된 재단을 중심으로 네 형제가 머무는 각각의 공간은 드미트리의 감옥, 이반의 집필실, 알료샤의 기도실, 스메르쟈코프의 지하실을 상징한다. 각자의 공간에서 무대 중앙의 사건을 목격하며 보이는 네 캐릭터의 다양한 반응은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아버지 표도르 역은 김주호, 심재현, 최영우가 3색의 개성을 보여준다. 드미트리 역에는 서승원, 조풍래, 이형훈이 열연하고 있다. 무신론자 둘째 아들 이반 역에는 유승현과 안재영이, 형제간의 의심을 중재하려 애쓰는 알료샤 역에는 김지온과 김준영이 활약한다. 5월 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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