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물경제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나 홀로 잘나가는 기업들이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선도기업인 ‘팽(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다. 그중에서도 후발주자인 넷플릭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영화 개봉이 올스톱되면서 국내 제작사와 극장은 당장 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몰렸지만, 넷플릭스는 오히려 유례없는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올해 초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보면 가파른 상승세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매출액이 54억6700만 달러(약 6조7100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6% 성장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약 201억5400만 달러(약 24조7300억 원)였다.
유료 구독자가 많이 늘어난 덕이다. 전 세계 1억6700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구독자 6710만 명의 북미 지역이 아직은 메인시장이지만 성장세로만 보면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2년 전에 비해 148% 증가해 가장 잠재력이 크다.
그럼 국내는 어떨까. 넷플릭스가 국가별 구독자 수나 매출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난해 말 대략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월 최저 이용료가 9500원이니까 200만 명이면 월 매출 약 190억 원, 연간 2280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매출 대비 국내 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의문이다. 넷플릭스는 해마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콘텐츠 제작에 쏟아붓는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제작이다. 2013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영화 ‘로마’가 대표적이다. 한 해 매출을 고스란히 투자에 쏟아붓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러나 과연 이 가운데 한국에 투자된 돈은 얼마나 될까. 한국 오리지널의 대표작인 ‘킹덤’ 시즌2의 회당 제작비는 약 20억 원. 시즌1, 2를 합쳐 200억 원 이상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지상파 드라마 회당 평균 4억∼5억 원에 비해서는 큰돈이지만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하면 적절한 수준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넷플릭스는 정보 공개에도 인색하다. 지역별 매출액을 공개한 것도 지난해 말에 한 게 처음이었다. 광고가 없다는 이유로, 시청률은 공개하지 않는다. 얼마 전엔 슬그머니 요금을 인상하려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불공정 약관으로 제동이 걸렸다.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다가 넷플릭스의 독점적 지위가 우리가 손대지 못할 만큼 커질지 우려된다.
과거 한국 영화계에 할리우드 직배사가 진출할 때 영화산업의 몰락을 우려한 국내 제작자들이 극장에 뱀을 푸는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 특유의 경쟁력과 한류로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거대 자본 넷플릭스에 제작자들이 스스로 작품을 들고 줄을 서고 있고, 이로 인해 국내 미디어 질서가 완전히 붕괴·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적인 음원 사이트인 스포티파이(Spotify)가 한국지사 설립을 위해 국내에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들이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를 우선적으로 벤치마킹할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웃고 즐기다 보면 다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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