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0세인 김종인 씨가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섰다. 4·15 총선을 불과 20일 앞두고 미래통합당이 26일 총괄선거대책 위원장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그는 박정희 정권 시절 의료보험 도입을 제안해 성사시킨 것을 필두로 역대 정권에서 정치(국회의원)와 행정(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오가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승리를 견인했고, 2016년 총선 때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겸임하는 막강한 권한과 지위로, 뒤지던 선거 레이스를 역전시켰다. 당시 총선 승리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및 문재인 대통령 집권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토대를 놓은 주역(主役)이다.
이런 그가 다시 보수 정당의 총선 책임자가 된 데 대해, 여권은 물론 통합당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과연 득표에 영향을 줄까, 자리 욕심 때문에 영혼 없이 줄타기하는 것 아닌가, 노욕이 지나치다는 등의 주장이다. 이해할 만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국민이 투표로 심판할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도대체 왜 다시 선거 사령탑을 수락했는가 하는 문제다. 공천도 마무리된 상황이고, 그의 고령까지 생각하면 ‘개인적 욕심’으로 치부할 수는 없어 더욱 그렇다.
선거대책위원장 수락 배경에 대해 그는 “문 정권이 집권 유지·연장을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경제는 거꾸로 된 정책으로 이미 비상시국”이라고 밝혔다. 사법부와 언론 장악 시도, 선거제도 훼손 등도 적시했다. 독일 유학을 했기 때문에 연동형제도의 역사와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나아가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경제·사회 제도가 무너질 수 있다” “여당이 총선에서 이기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며 “그런 절박감 때문(에 수락했다)”이라고 했다.
그는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박 정부와 문 정부가 태어날 수 있게 했던 일에 대해 두 번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썼다. 그의 선택이 총선에 미칠 득실을 당장 알긴 힘들다. 그러나 현실 진단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