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안 본 남자들’ 네티즌들
‘#내가 가해자면 넌 창녀’ 반발
“극단적인 혐오로 치달아” 우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을 유통한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전반적으로 ‘여=피해자’ ‘남=가해자’로 인식하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해당 대화방에 참여한 유료회원이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대다수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되자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일반 남녀의 젠더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녀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여성이 착취의 대상이 된 불평등과 격차를 지적하는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30일 경찰과 여성계 등에 따르면 성착취 동영상을 유통한 혐의 등을 받는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4) 수사 과정 등에서 드러난 성착취 동영상 단체대화방의 유료회원 규모는 최소 수만 명에서 최대 26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성시민단체가 연합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박사방’의 시초로 알려진 ‘n번방’ 등 60여 개의 대화방에 입장했던 회원을 중복인원 포함 약 26만 명, 중복 제외 5만 명으로 추산했다. 현재까지 추산된 최대치인 26만 명이 모두 남성이라고 전제할 경우, 올해 2월 기준 문제의 대화방에 접근이 가능했을 15∼64세의 남성 1904만8121명과 비교하면 해당 연령층 남성 73명 중 1명은 사건 연루자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일부 남성은 ‘n번방·박사방’ 사건 탓에 남성들이 ‘잠재적 가해자’로 일반화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자칭 ‘n번방 안 본 남자 일동’이라는 네티즌들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내가 가해자면 너는 창녀’라는 해시태그 운동으로 반발했다. 국내 성매매 종사자 여성 인구가 27만 명이니 일반 여성도 사실상 ‘성매매 여성’으로 일반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해당 사건을 두고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n번방 사건은 여성 성착취라는 남성 폭력의 한 유형”이라며 “남녀를 떠나 보자는 것은 이 사안의 핵심을 보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남성 사이에서 여성 성착취물이 거래, 소비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가 남녀 불평등과 격차를 만들어 온 것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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