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m 이상은 공적 영역 여겨
‘사적 영역’이내의 근접거리로
타인 접근해 오면 공포감 느껴
‘라떼’ 이야기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한동안 옆 짝꿍이 같이 쓰는 책상을 넘어오지 말라고 하던 기억이 난다. 짝꿍마다 다 방식이 달라서 어떤 친구는 큰 자로 금을 쫙 그어 놓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필통이나 책가방을 책상 가운데에 금단의 선으로 세워 놓기도 했더랬다. 넘어가면 말로 경고하고 봐주는 친구도 있었고, 꼬집거나 때리거나 지우개를 압수하는 등 가혹한 보복(?)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우리의 몸과 뇌, 마음은 다양한 물리적 또는 심리적 객체에 대해 측정 및 반응의 한계치를 지니고 있다. 시각의 경우 시력이 1.0인 사람은 6m 떨어진 거리에서 약 1.75㎜ 떨어져 있는 윤곽을 구분할 수 있다. 빛의 경우 미국 록펠러대 알리파샤 바지리 교수팀은 인간이 한 개의 광자를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도 있다. 청각세포는 대기압의 10억분의 1 정도의 압력 차이를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후각은 동물에 비해 일반적으로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서는 개나 다른 동물에 비해 오히려 현저히 민감한 후각 기능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비 오는 날 흙냄새의 원인으로 알려진 ‘지오스민’이라는 물질의 경우 인간은 5ppt, 즉 코로 들이마신 공기 중에 몇 분자의 지오스민만 있어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글자 그대로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상어의 후각보다 나은 셈이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박사 연구팀에 의하면 인간은 분자 한 층 정도의 세밀한 촉감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인체 표면의 촉각 거리를 느끼는 민감도는 이에 비하면 훨씬 둔한 편이다. 두 개의 연결된 핀셋으로 피부를 살짝 찌르는 두 점 식별(Two-point discrimination)이라는 시험을 해 보면 혀는 1㎜ 내외, 손가락은 2∼8㎜, 입술은 2∼4㎜, 등짝은 30∼40㎜ 정도 떨어진 자극이라야 두 자극이 독립적인 개별 자극인 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2㎝ 벌어진 핀셋으로 등을 살짝 건드리면 두 개로 건드린 건지 하나로 건드린 건지 잘 모른다는 뜻이다.
심리적으로 우리는 시간적·공간적·사회적·발생확률적 거리에 따라 서로 다른 거리 인식을 나타내게 되는데, 특히 개인 간 거리에 대한 공간적 거리 인식과 그에 대한 민감도는 일상적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근접학(Proxemics), 즉 인간과 문화적 공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의 창시자로 인정된다. 그는 인간이 느끼고 구분하는 공간을 네 가지로 구분해 각 공간에 해당하는 거리를 ‘인간관계의 거리’로 제시한 바 있다. 엄마와 아이, 연인 사이 정도에서 가능한 지극히 친밀한 거리는 50㎝ 내외, 친한 친구나 지인과의 개인적인 사적 영역은 1.2m까지, 친구는 아니지만 비즈니스 미팅 등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사회생활 거리는 대략 3.6m, 그 이상은 공적인 거리로 생각된다.
인간은 사적인 영역 이내의 근접 거리로 다른 사람이 접근해오면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 간의 개인적 거리 유지와 이에 대한 방어 심리의 조절에 ‘두정엽-전두엽 네트워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하버드대 다프네 홀트 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특히 복측 두정엽 내 고랑과 복측 전운동 피질의 상호 연결성이 작으면 다른 사람에 비해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더 큰 개인적 공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중뇌수도주위 회색질과 전운동 피질의 연결성도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들 두뇌 부위의 활성화는 개인적 거리 이내로 다른 사람이 침범해 들어올 경우 즉각적인 방어 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기전의 하나로 생각되고 있다. 즉, 더 가까이 오면 얼굴을 밀치거나 도망갈 준비를 하는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m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친한 친구, 연인 그리고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는 거리이지만 모두를 위해 친밀한 개인적 거리 감각은 잠시 잊어야 할 때다. 지금 당장은 전화를 들자. 이 또한 지나갈 테고, 그때가 오면 마음껏 친구와 연인, 가족의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두드리고 포옹해주자. 때로는 사랑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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