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워싱턴DC 백악관의 로즈가든으로 들어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워싱턴DC 백악관의 로즈가든으로 들어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 美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확진 하루2만명 늘어 14만명↑
‘경제활동 정상화’ 고집하다가
감염 폭증에 ‘조치 해제’ 미뤄
재선에 대형 악재될까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 “부활절(4월 12일)까지 정상화”를 공언하다 결국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가이드라인 시한을 4월 말로 연장한다고 발표한 건 전문가와 정치권의 반대를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진 탓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시간표는 사람(트럼프 대통령)이 정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19가 정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무리하게 부활절 정상화를 강행했다가 감염사태가 악화할 경우 11월 선거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9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직접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결기는 한층 수그러져 있었다. 이번 결정은 최근 들어 미국 내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부활절 이전에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본 때문이다. 실제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30분 현재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4만2004명으로 14만 명을 넘어섰다. 전날(12만3578명)보다 2만 명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사망자 수도 2484명까지 늘어났다. 미국은 지난 26일 중국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감염자와 사망자 수 급증세는 최소 2주에서 한 달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탓에 보건 전문가들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성급한 가이드라인 완화가 코로나19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를 내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오전 CNN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 인터뷰에서 “나는 (사망자가) 10만 명에서 20만 명 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수백만 명의 발병 사례가 생길 거다”며 “몇 주간 계속될 것이다. 내일도, 확실히 다음 주도 아니다”라며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을 예상했다. 그는 가이드라인 완화 관련 질문에 “사람들이 시간표를 정하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시간표를 정한다”며 “일일 발병 수치 증가가 둔화하고 고비를 넘겨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완화의 강도를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고틀리프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이러한 조치들을 해제하기에는 너무 빠르다”며 “4월은 힘든 달이 될 것이다. 5월이 오면 우리는 여기서 벗어나 일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주 주지사는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2주 뒤인 부활절 즈음에 뉴욕처럼 될지도 모른다”며 “지난 3주간 전례 없는 조처를 해왔음에도 발병이 계속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주 안에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질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우치 소장과 20만 명 사망자 전망 등 코로나19 추이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혀 이번 결정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했음을 내비쳤다. 특히 가이드라인을 섣불리 완화했다가 상황이 악화될 경우 대선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3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한 이후 미군 사망자가 급증해 비판 여론이 높아져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브리핑에서 “전쟁에서 이기기도 전에 승리를 선언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없을 거다”고 말한 점이 이를 보여준다. 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지지율이 상승하자 섣부른 경제활동 정상화보다는 코로나19 퇴치가 대선 카드로 더 적절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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