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제성장의 3대 지표인 생산·투자·소비가 모두 얼어붙어 주요국의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이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금융 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실물경제가 극도로 위축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100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 대책을 내놨다. 이로써 주식시장과 회사채·단기자금 시장에 약 48조 원의 유동성이 공급되고, 소상공인과 중소·중견 기업 등에 약 52조 원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도 지난 26일 사상 처음으로 3개월간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환매조건부(RP) 방식으로 무제한 자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실시한 바 없는 과감한 조치다. 하지만 한은의 매입 대상 채권은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공공기관채권으로, 민간기업 어음이나 회사채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은이 이번에 공개조작 대상 증권사를 5개사에서 16개사로 늘리고 매입 대상 채권도 8개 공공기관 특수채권으로 확대함으로써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사정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가와 유가 폭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을 판매한 증권사의 경우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 발생으로 심각한 유동성 압박을 받아 왔는데, 이번 조치가 단기 자금시장 경색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에까지 효과가 미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신용도가 낮거나 코로나로 향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기업까지 자금 지원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또한, 현재 금융회사의 내규나 성과 평가 기준 아래에서 임직원들이 자기 이해나 책임을 무릅쓰고 금융 지원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10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융 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행의 대부분은 시중은행과 같은 민간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을 통해 이뤄지므로 비상 상황에 준하는 시스템이 아니고는 신속하고 원활한 작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자금난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 신속 인수나 대출을 위해서는 국책은행이나 신용보증기관의 지급 보증이 불가피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 최소화는 시급한 문제로, 자칫 지체할 경우 기업 연쇄 부도로 자금시장 경색과 금융위기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 또한, 영업 축소와 기업 도산 확대로 실업자 급증과 우리나라 주력 수출 업종의 생산 기반까지 붕괴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단기 비상 경제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국회를 설득해 기업 자금 지원 원활화를 위한 보증 지원 확대와 보증기관의 재원 확충을 위한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감사원과 금융 당국은 금융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해 한시적 면책 조치를 신속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대규모 금융 지원책 발표 이후 은행 창구마다 자금난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이 몰려들고, 일부는 요건이 맞지 않아 대출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정부는 대책 발표에만 그치지 말고 집행이 제대로 되도록 정교한 세부 추진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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