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로 다가온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판세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른바 정의당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던 정의당이 오히려 최대 피해자가 될 처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0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4월 2일)를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 20% 달성을 통한 독자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의당 위기론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리얼미터·YTN의 비례대표 정당투표 의향 조사(3월 23∼27일·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31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정의당은 5.9%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수치도 형편없지만, 더불어시민당(29.8%)과 미래한국당(27.4%) 등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참칭 논란이 이는 열린민주당(11.7%)에도 뒤졌다. 한국갤럽 조사(3월 24∼26일·1001명·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정의당은 9%에 그쳤다. 시민당(25%)과 한국당(24%)에 한참 밀렸고, 열린당(9%)과 동률이었다.
위기는 정의당의 과욕에서 초래됐다는 점에서 더 씁쓸하다. 심 대표는 2018년 10월 창당 6주년 기념식에서 “2020년에는 정의당이 군소정당 시대를 마감하고 제1야당, 더 나아가 집권을 꿈꾸는 유력 정당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했다. 2019년 7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선 “정의당은 더 이상 소금 정당, 등대 정당에 머물 수 없다”고 했다. 집권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는 대신 선거제도를 바꿔 한 방에 큰 목표를 이루려 한 게 화근이 됐다. 민주당과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조로 얻은 승리는 모래성과 같았다. 미래통합당과 민주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내면서 정의당의 계획은 허물어졌다. 득표율 20%는커녕 선거제 개편 전보다도 못한 결과를 얻지 않을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패스트트랙을 타고 집권으로 질주하려던 일장춘몽이 남긴 상처는 이뿐만이 아니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정의당이 보여준 태도는 여당에 꼭 해야 할 말도 못하는 2중대 정당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정의당이 찍으면 장관이든 청와대 참모든 여지없이 날아간다는 ‘데스노트’는 실종됐다. “정의당의 존재 이유가 가장 분명해지는 때는 가장 정의당답게 행동할 때”라는 심 대표의 말이 무색하게도 정의당다움을 잃었던 것이다. 정의당이 ‘데스노트’를 내려놓은 것은 한국 정치에도 큰 손해다. 여당 지도부조차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의 기세에 눌려 할 말을 못 하는 상황에서, 얼마 안 되는 견제 세력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은 전체 지역구 253곳 중 77곳(30.4%)에만 후보를 냈다. 민주노동당 간판으로 처음 국회에 진입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123곳에 후보를 냈던 것에도 한참 못 미친다. 이는 정의당이 ‘한 방의 꿈’에서 벗어나 앞으로 뭘 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선거제가 어떻게 바뀌든, 3분의 2가 넘는 지역구에 후보도 못 내는 정당이 집권 경쟁을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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