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국내 휘발유 평균가격이 1년 만에 1300원대에 진입했다. 올 들어 60% 이상 폭락한 국제유가가 국내 주유소 기름값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국제유가가 산유국들의 ‘증산 전쟁’으로 이틀 연속 장중 배럴당 20달러를 밑도는 급락세를 나타내는 만큼 국내 기름값 하락은 더 가속될 전망이다.
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일 대비 ℓ당 3.59원 하락한 1395.34원을 기록했다. 전국 휘발유 값은 전날 오후 5시 기준 1398.93원을 기록해 1400원대가 무너졌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1400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4월 초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는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ℓ당 150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20일 사이 ℓ당 100원 이상 급락한 수치다. 경유 가격도 전날 기준 1200.79원으로 곧 1100원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10주째 하락하고 있다. 주간 단위로 보면 이달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ℓ당 41.8원 하락한 1430.5원이었다. 하락 폭도 5년 만에 최대 낙폭(31.6원)을 기록한 지난주보다 커졌다.
업계는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다음 달부터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휘발유 값이 연동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30일(현지시간) 국제 휘발유 제품 가격은 배럴당 19.07달러로 20달러대가 붕괴된 상태다. 약 21년 만에 최저치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외출을 자제하면서 휘발유 소비량이 줄어 주유소 기름값을 더 끌어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커 휘발유 가격이 1200원대까지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국제유가는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올 초 60달러대를 오갔던 국제유가는 세 토막 나면서 20달러대에 턱걸이했다. 수요가 급감한 데다가 산유국들이 가격 인하와 증산 등을 앞세워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세계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가 전국 봉쇄에 나서면서 원유 수요를 다시 급감시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4월 원유공급량을 하루 1230만 배럴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증산이 현실화되면서 4∼5월 국제유가는 추가 약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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